케이팝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 중 처음으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공개한 가수 배인(24·본명 송병희)이 외신 인터뷰에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커밍아웃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인은 28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커밍아웃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10대 시절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성정체성을 숨겨왔다고 한다. 배인은 “숨기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며 “주변에 저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계속 숨기면서 버텨야 한다고만 생각했다”며 “아예 아이돌을 할 수 없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2021년 그룹 ‘저스트비’의 멤버로 데뷔한 배인은 활동한 지 2년 정도 됐을 무렵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용기를 내 2023년경 가족에게 먼저 커밍아웃을 했다. 배인은 “어머니가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다. 제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게 될 상처를 걱정하셨다”며 “그래도 결국엔 ‘넌 내 아들이니까 사랑하고 지지한다’고 해주셨다. 슬펐지만 동시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후 소속사와 멤버들에게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렸다. 소속사와 멤버들은 배인이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
배인은 지난 4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월드투어 ‘저스트 오드’(JUST ODD) 공연에서 “내가 LGBTQ 커뮤니티 일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나 자신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약어로, 성소수자를 의미한다. 그는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부르며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배인은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커밍아웃하면) 팬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인이 커밍아웃한 당일 팬들은 배인을 찾아가 자신들도 성소수자임을 밝히며 용기 내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배인은 “진작 밝힐 걸 그랬다. 내가 커밍아웃함으로써 다른 사람도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후 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누구를 만나든 처음부터 절 오롯하게 보여줄 수 있다”며 “다만 정체성 자체가 이슈가 된 건 좀 슬프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 게이야’가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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