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엔 “쌀 부족해도 우리 쌀 안사”… 韓엔 “약값 너무 낮아”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日에 ‘쌀 수입’ 정면 거론… “서한 보낼 것” 고율 관세 경고장
車관세 등서 양보 얻어내려는 의도
美제약협회 “韓약값 낮게 책정”의견… 관세협상서 ‘약값 개선’ 압박할수도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들(일본)은 쌀이 크게 부족한데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일 무역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 민감해하는 쌀 수입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도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약업계가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한국의 약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을 콕 집어 정부가 제약사에 엄격한 심사를 강요하고, 미국이 수출하는 의약품 값을 낮게 책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협상 과정에서 약값 책정을 놓고도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쌀 수입’ 지렛대로 車 등 추가 요구 가능성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부당하게 미국을 대하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운을 뗀 뒤 일본의 쌀 수입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기다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수개월째 일본과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린 일본에 자동차를 거의 수출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쌀 수입 압박을 지렛대로 자동차 등 다른 품목에서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본 쌀 가격이 폭등하면서 35년만에 한국쌀을 수입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쌀이 진열돼 있다. 2025.04.22.뉴시스
일본 쌀 가격이 폭등하면서 35년만에 한국쌀을 수입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쌀이 진열돼 있다. 2025.04.22.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쌀 수입을 직접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본은 쌀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쌀이 남는 상황이라 여건이 다르다”며 “미국도 한국이 쌀에 대해 민감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본 사례가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의 새 정부와 가진 첫 통상 고위급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에서 수입 장벽을 낮춰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에서 연 40만8700t의 쌀을 5% 저율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이 중 13만2304t이 미국에 할당돼 있으며,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선 513%의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량 쿼터를 둔 것으로, 해당 물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된다. 앞서 2022년엔 미국의 쌀 생산이 줄면서 국내 수입량 쿼터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다.

● 美 제약사들 “韓 약값 낮게 책정”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글로벌 제약사 협회인 미국제약협회(PhRMA)가 지난달 27일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제약 정책 및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무역협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PhRMA는 한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을 제약 소비가 많으면서도 약값을 낮게 책정한 국가들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보건당국의 신약 급여 평가가 너무 까다로워 진출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약품은 비급여와 급여로 나뉘는데, 비급여 의약품은 약국이나 병원의 재량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비싸게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의 일부를 지원하는 급여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약의 경제성이나 유효성 등을 평가해 약값을 책정한다. PhRMA는 이 과정에서 한국 보건당국이 혁신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약값을 너무 낮게 책정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주중 최종 관세율 정할 듯

한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금법안이 통과된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마라톤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로 예상되는 이 회의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최종 관세율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역협상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까지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국가들과는 단계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무역협상#관세#트럼프 대통령#한국 약가 정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