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주서 최근 몇년 사이 극적 감소 확인
원인은 불명확…기후변화나 천적 증가 등 가능성
20일 서울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의 모습. 2024.6.20. 뉴스1
“자동차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가 러브버그 사체로 두껍게 코팅될 정도였다. 매일 살충을 저지르며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서 1997년부터 살았다는 한 주민은 한때 겪었던 ‘러브버그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매년 4~5월 러브버그 시즌은 피할 수 없는 연례행사와도 같았다. 짝지어 날아다니는 러브버그 수백만 마리가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었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앞 유리로 돌진해 운전자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러브버그 사체는 햇볕에 구워지면 산성으로 변해서 자동차 페인트를 부식시킨다. 또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아 엔진 과열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러브버그 시즌에는 세차장 사업이 호황을 누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로리다주에서 러브버그 개체수가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현지 매체 WKMG 등이 보도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 3~4년 사이 뚜렷해졌다고 한다. 플로리다대 곤충학자이자 러브버그 전문가인 노먼 레플라 박사는 “수십 년간 러브버그를 채집해 온 지역을 방문했는데 2023년 봄에는 단 한 마리도 못 봤다”며 “2024년에는 좀 더 주의 깊게 탐색해서 몇 마리를 발견했지만, 과거의 엄청난 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플로리다 중북부의 도시 지역에서는 러브버그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유충이 서식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일부 농장이나 목초지에서만 간혹 발견될 뿐이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도심에서도 포착됐다. 2023.6.23. 뉴스1
일반 주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한때 러브버그 제거 서비스로 특수를 누렸던 세차장 주인은 “관련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며 “어린 시절 겪었던 러브버그 떼가 상상 속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러브버그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시한다.
먼저 기후변화다. 러브버그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곤충이다. 플로리다 기후가 아열대성에서 온대성으로 바뀌고, 봄철에 가뭄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서식지가 파괴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도시화와 토지 개발로 러브버그 유충의 먹이가 되는 썩은 식물의 유기물이 풍부한 목초지나 삼림 지역이 줄어들었다.
천적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러브버그의 천적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으나 울새나 메추라기 같은 새들이 유충을 먹고, 거미나 잠자리 등도 성충을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천적들의 활동이 증가해 개체수 조절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에서 러브버그는 1940년대 중앙아메리카에서 유입된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러브버그를 둘러싸고 플로리다대 과학자들이 모기를 없애려고 유전적으로 조작한 곤충이라는 가짜 정보가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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