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3명 이탈, 50대50 동수 이뤄… 상원 의장 밴스 표 동원 51대50 가결
개인 소득세율-법인세율 인하 대신
장애인 의료보험 등 복지 대폭 축소
이르면 2일 하원 표결… 난항 예상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장에 내놓은 향수. 이날 미 상원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의제를 담은 감세 법안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향수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트럼프 향수 판매 웹사이트 캡처
“이것은 모든 이의 법안이다. 주요한 정책 승리를 거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법안의 하원 통과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하킴 제프리스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감세, 불법 이민 단속 강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건강보험 축소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 의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1일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이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것이란 우려 때문에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공화당 상원의원 중 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에서 찬성과 반대표가 각각 50표로 동수를 이루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J D 밴스 부통령이 ‘타이브레이커 투표(Tiebreaker vote·동점을 깨는 한 표)’를 행사해 찬성 51, 반대 50으로 간신히 가결됐다.
지난달 하원을 거쳐 상원으로 넘어온 이 법안은 상원 심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하원 본회의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 하원은 빠르면 2일 표결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 435석 중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220석, 212석을 점유하고 있다. 의석 차이가 작고 공화당 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최종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 반도체 세액공제는 늘리고, 전기차와 태양광은 줄이고
AP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약 27시간의 표결 끝에 이 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역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였던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알래스카)은 표결 직전 공화당 지도부와의 협상 끝에 병원 지원금 등 지역구에 대한 혜택을 얻어내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법안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시행한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다. 국경 통제, 불법 이민 단속 예산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감세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건강보험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제도 ‘푸드 스탬프’에 관한 예산은 대폭 줄였다.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기존 4조 달러보다 많은 5조 달러(약 6800조 원)로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입 보조금 지급 및 세액공제 등도 폐지되거나 유효 기간이 대폭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북미산 전기차 신차 구매 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20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올 9월 말 종료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세액공제도 대폭 줄어든다. 특히 2027년 말까지 미국 내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대한 세액공제는 폐지된다.
다만 2026년 이전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각국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기존 25%에서 35%로 높아졌다. 자신의 지역구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공화당 의원들이 관련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美 재정적자 증가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안의 상원 통과 소식을 듣고 “와우, 고맙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music to my ears)”라고 반색했다. 그는 독립기념일인 4일 이전에 자신이 법안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하원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일 하원 표결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의원 모임 ‘프리덤코커스’ 등 일부 의원들은 “재정적자 증가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랠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토머스 매시(켄터키) 하원의원 등은 반대표 행사를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찬성표를 던지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향후 10년간 최소 3조3000억 달러(약 4480조 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8330억 달러(약 2493조 원)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올 5월 재정적자 우려 등을 강조하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한 계단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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