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1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매한 테슬라 차량에 동승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 시간) 반(反)트럼프·비(非)민주당의 기치를 걸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법안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수위 높은 설전을 벌이며 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의 ‘1등 공신’으로 여겨졌던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최대 정적으로 거듭나고 있는 형국이다.
머스크는 이날 X를 통해 “여러분들은 새 정당을 원하며, 그것을 갖게 될 것”이라며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를 낭비와 부패로 파산시키는 문제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단일 정당 체제 속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의 취지를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던 4일 “독립기념일은 양당 체제로부터 독립을 원하는지 물어볼 완벽한 순간”이라며 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 창구를 X에 올렸다. 그 결과 찬성과 반대 비율이 2대 1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또 다른 글에서 아메리카당의 전략도 일부 밝혔다. 상원과 하원에서 소수 의석을 차지해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거머쥐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석 수 차이는 상원의 경우 공화당(53석) 민주당(47석·무소속 포함)으로 6석, 하원은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2석으로 8석에 불과하다.
그는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논쟁적인 법안에 결정적인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을 알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X캡처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간 균열은 지난달 급격히 커졌다. 백악관 ‘특별 공무원’ 자리에서 정식으로 물러난 머스크가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을 “역겨운 흉물(disgusting abomination)”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다.
지난달 5일 머스크는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수감됐다가 옥중에서 숨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마약 중독 가능성을 거론하며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소유한 회사와 연방정부가 맺은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맞섰다.
두 사람간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다가 극적으로 봉합됐다. 머스크가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회한다”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머스크의 입은 다시 거칠어졌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선거 기간엔 정부 지출을 줄이라고 말해놓고 이제 갑자기 사상 최대폭의 재정 적자 증가에 찬성하는 모든 의원은 부끄러움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을 향해서도 “부채 한도를 역대 최대인 5조 달러(약 7000조 원)나 늘리는 이 법안을 보면 우리가 일당 독재 국가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바로 무책임하고 탐욕스럽게 재정을 낭비하는 돼지고기 정당(PORKY PIG PARTY)!”라고 썼다.
그러면서 “정신 나간 지출법안이 통과하면 그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이 창당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당 단일정당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을 줄여 연방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정부효율부(DOGE)가 일론(머스크)을 맡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효율부는 일론을 잡아먹어야 할지 모르는 괴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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