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곤두박질’ 日 닛산의 굴욕… 주력공장서 대만 전기차 생산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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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상징 공장’ 가동률 20%로 추락
폭스콘과 손잡고 경영난 타개 모색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닛산자동차가 그간 회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공장에서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의 전기차(EV)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오고 있는 업체다.

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닛산은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가나가와현의 옷파마 공장에서 폭스콘의 EV를 생산하게 되면 잉여 생산 라인을 줄이고,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61년 세워진 옷파마 공장은 일본 산업계에서 닛산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이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하는 전초 기지 중 하나란 평가를 받아왔고, 닛산은 이곳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 생산하는 혼류(混流) 라인을 처음 도입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옷파마 공장에서 일본 자동차업계 최초로 자동차 용접 로봇을 도입했고, 2010년에는 세계 첫 대량생산 전기차로 불리는 ‘리프(Leaf)’ 양산에도 성공했다. 미국 테슬라의 ‘모델3’ 출시보다 7년 앞선 기록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판매 부진 속에 닛산은 올 5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세계 완성차 공장을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옷파마 공장도 연간 24만 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해 가동률은 40%에 그쳤고, 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한시적으로 기존 가동률의 절반 수준인 20%로 낮출 계획이다. 손익분기점이 되는 가동률은 80%인데 이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만의 전기차를 생산해서라도 공장 폐쇄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협업이 성공해 옷파마 공장이 살아난다면 닛산의 경영 재건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옷파마 공장에는 충돌 테스트를 비롯한 중요 실험장과 실험주행 코스와 연구소, 그리고 자동차 적재용 화물선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까지 있다. 협업에 성공하면 이런 시설을 닛산이 기존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닛케이는 “공장 폐쇄에 따른 직원들의 전근이나 구조조정도 피할 수 있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옷파마 공장 주변에는 닛산 계열의 부품 공급 업체가 많아 부품 공급망도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폭스콘은 EV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에서 제조 거점을 모색해왔고 닛산과의 협상에도 의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 정부는 폭스콘이 닛산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닛산과 폭스콘의 협업이 현지 인력의 고용 유지로 이어진다면 정부도 양해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닛산#대만 폭스콘#전기차#위탁 생산#판매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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