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공항 영접… 찰스3세와 마차 타고 오찬장으로
“美-中 의존 벗어나기 위해 협력”… 英의회서 영어로 연설 박수갈채
트럼프 재집권후 유럽 응집력 커져
英 국빈방문 마크롱 부부 또 불화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으로 1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줄 오른쪽)이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함께 8일 왕실 마차를 타고 런던 근교 윈저성에 들어서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라이즐립의 노솔트 공군기지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아래쪽 사진)은 전용기에서 내리며 부인 브리지트 여사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브리지트 여사는 난간만 잡았다. 브리지트 여사의 에스코트를 무시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며 두 사람의 불화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윈저=AP 뉴시스·X 캡처“갈라서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10일 영국 국빈 방문에서 ‘유럽의 단결과 연대’를 호소했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2016년 6월 투표로 브렉시트는 가결됐고, 2020년 1월 탈퇴가 이뤄졌다. 브렉시트 논의가 처음 등장한 지 꼭 10년 만에 EU 회원국 정상의 영국 국빈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또한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이다.
최근 유럽 주요국은 방위비 증액 및 관세 압박을 가하는 미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자동차와 철강 산업에서 저가 생산품을 덤핑 수출하는 중국의 위협에 공통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유럽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변덕과 러시아의 호전성 때문에 유럽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영어로 연설한 마크롱 “양국 협력이 운명”
영국 왕실과 정계는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 부부는 8일 런던 근교 라이즐립의 노솔트 공군기지에 직접 마중을 나가 전용기로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를 맞았다.
찰스 3세 국왕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왕실 마차를 타고 오찬이 열리는 윈저성까지 이동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성으로 입장했다. 만찬에는 엘턴 존, 믹 재거 등 유명 가수들도 함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런던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해 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중국은 보조금 등으로 공정 무역을 위협하고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브렉시트에도 양국 교역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손에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은 두 나라의 공동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범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이어갈 뜻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 안보에 대해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유럽은 절대로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미국 중국 등에 대한 공동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지도자의 정상회담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처음이다.
● 미-중-러 위협에 뭉치는 유럽
2010년 5월∼2016년 7월 집권한 캐머런 전 총리는 2015년 당시 경제난, 불법 이민자 급증 등으로 반대파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 차원에서 브렉시트 의제를 꺼냈다.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 결과는 백인 장노년층이 가결에 몰표를 던졌다.
이후 캐머런 전 총리가 속해 있던 보수당은 잦은 총리 교체로 브렉시트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국민투표 가결 3년 반 만에 실제 탈퇴가 이뤄졌고 이후 영국 경제는 대(對)EU 수출 감소, 투자액 감소, 값싼 동유럽 노동자 부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여파로 노동당은 지난해 7월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줄곧 브렉시트를 반대해 왔다. 그는 취임 후 “EU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EU와의 관계를 재정비(reset)하겠다”며 안보, 무역, 경제, 에너지 등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며 유럽 주요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유럽 주요국의 밀착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내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핵 억지력을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핵우산론’도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돌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했지만 이달 7일 지원을 재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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