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 구사 능력을 칭찬한 직후 보아카이 대통령이 지은 표정이다. 백악관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국가인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에게 “어디서 그렇게 멋지게 말하는 법을 배웠어요?”라고 말하며 영어 구사 능력을 칭찬했다고 미국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지프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아프리카 정상들과 오찬을 했다.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국가로,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해방 노예들이 이주해 라이베리아를 건국했다.
오찬에서 보아카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어로 “라이베리아는 미국의 오랜 친구”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미국이 라이베리아에 투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아카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영어”라며 “어디서 그렇게 멋지게 말하는 것을 배웠나. 어디서 공부하셨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보아카이 대통령은 모국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답하면서 웃어 보였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보아카이 대통령은 정중하게 웃으면서 영어가 라이베리아의 공식 언어라는 언급을 피했다”고 짚었다.
백악관 페이스북 갈무리미국은 미국식민협회(ACS)를 조직해 해방된 노예를 아프리카에 재정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의 해방 노예들은 1822년 라이베리아로 이주했고 1847년 독립을 선언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공화국인 라이베리아는 ‘자유의 나라’라는 의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라이베리아 사람들의 말을 전했다. 미국이 남긴 식민지 유산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한 라이베리아인은 CNN에 “우리나라는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을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통령과 서방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인들을 교육받지 못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라이베리아 외교관도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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