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세계 최저 출산율 한국, 불임 치료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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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인구 소멸 위기 극복할 희망 보여”
지난해 서울 아기 6명 중 1명 치료 통해 출산
긴 노동 시간-육아 비용 부담 등 문제도 지적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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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최근 불임 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인구소멸위기를 극복할 만한 희망이 보인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10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시행된 불임 치료 건수는 20만 건으로, 2018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아기 6명 중 1명이 불임 치료를 통해 태어났다.

지난해 11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김모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1월 불임 전문 병원에 갔을 때 예약했는데도 3시간 넘게 기다렸다. 마치 모두가 새해 결심으로 아기를 낳겠다고 다짐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임 치료의 수요 증가 원인으로 가족계획에 대한 태도 변화를 꼽았다. 사라 하퍼 영국 옥스퍼드대 노인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에는 임신이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컸지만, 이제는 인생을 다르게 계획하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 세대가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이 같은 ‘통제’는 미혼 여성이 난자를 동결하거나,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가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는 인구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한국 정부에 희소식”이라고 봤다. 한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이후 8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023년에는 0.72명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인구가 60년 후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BBC는 “하지만 최근엔 신중한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기록해 전년보다 0.03명 증가한 상황을 언급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결혼 및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시도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박모 씨는 “초과 근무가 잦은 회사에 다닐 때는 임신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근무 환경이 나은 곳으로 이직하고 주변 친구들이 아이를 낳기 시작하자 임신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박 씨는 “(친구들이)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졌다”며 “남편이 주도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조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 씨 부부는 임신에 어려움을 겪자 불임 치료를 고려하게 됐다.

비영리 단체인 미국 ‘인구참조국’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니퍼 스추바는 “이것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족을 꾸리고 싶지만 장벽에 직면해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중요한 신호가 된다”고 설명했다.

BBC는 “한국 인구 문제의 중심에는 수많은 사회적·재정적 압력이 있다. 육아의 대부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가부장적 습관부터 긴 노동 시간과 높은 교육비 등 이러한 압력이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임신의 꿈이 미뤄졌을 뿐”이라며 관련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시험관 시술에 1회당 최대 110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실제 시험관 시술에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BBC는 지적했다. 특히 임신을 한 번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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