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폭행한 50여 명의 남성을 공개 재판정에 세운 프랑스 여성이 최고 훈장을 받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13일(현지시각) 관보를 통해 지젤 펠리코(72)를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서훈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상이다.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지젤은 이 중 5등급인 슈발리에 훈장을 수여받게 된다.
지젤은 약 9개월 동안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50여 명의 남성들에 의해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 범행은 2020년 도미니크가 마트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젤은 익명이 보장되는 비공개 재판을 택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실명으로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낱낱이 증언했다.
지젤의 용기 있는 증언은 프랑스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법적 정의, 약물에 의한 성폭력 문제 등 다양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프랑스 사회 곳곳에선 “우리는 모두 지젤”이라는 구호가 퍼지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젤은 재판장에서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는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남편 도미니크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뒤 지젤을 ‘선구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존엄과 용기는 프랑스와 전 세계에 감동과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지젤은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젤은 내년 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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