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까지 찬 물 속, 태풍·폭우 뚫고 맨발로 식 올려
10년 연인, 물 위에서 약속 맺다
폭우로 침수된 필리핀 말롤로스시 바라소아인 교회에서 한 커플이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무릎 높이까지 찬 물 속을 걸어 들어가 10년 연애 끝에 부부가 됐다. ⓒ 뉴시스
태풍으로 침수된 교회 안, 하객들까지 맨발로 입장한 가운데 예정대로 치러진 결혼식이 필리핀 전역에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말롤로스시의 바라소아인 교회는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됐다. 그러나 제이드 릭 베르딜로와 자메이카 아길라르는 침수된 교회 바닥을 그대로 밟고 결혼식을 올렸다.
ⓒ 뉴시스
이날은 태풍 ‘위파’의 영향으로 필리핀 곳곳엔 강한 비가 쏟아져, 홍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유서 깊은 성당도 피해를 입었지만, 두 사람은 “결혼이란 본래 시련을 동반하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식을 치렀다.
ⓒ 뉴시스
신랑 베르딜로는 “오늘을 포기하면 더 큰 희생이 따를 것 같았다”며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 물 위에서 맺은 10년의 약속
ⓒ 뉴시스
신랑은 필리핀의 전통 예복 ‘바롱 타갈로그’를 입고 성당 제단 앞에 섰다. 하객들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 뉴시스
신부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물에 잠긴 통로를 걸었다. 자락은 흙탕물 위에 떠 있었고, 그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가르며 제단으로 나아갔다.
ⓒ 뉴시스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순간, 물속에 서 있던 하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축하했다. 그렇게 10년 만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부 아길라르는 “결혼은 모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베르딜로는 “이건 우리가 함께 극복한 첫 번째 시련일 뿐”이라며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