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기아 상태에 빠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새로운 ‘구호 통로(aid corridor)’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자지구의 물·식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구호소 일대에서조차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사상자가 속출하며 국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 측이 동의할 지는 불투명하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가자지구 내 구호 물자가 오갈 수 있는 인도적 통로를 마련하는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등이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를 이날 가자지구로 급파했다고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21일에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이 곳에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당일 납치돼 아직까지 억류 중인 약 20명의 인질이 머무르고 있는 지역으로 추정된다.
AP 뉴시스이스라엘군의 지상군 진격, 연일 거듭되는 대규모 공습 등으로 국제구호단체와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의 세계보건기구(WHO) 직원 숙소 또한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WHO 측은 “이스라엘군이 일부 남성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구를 겨눴다”고 비판했다.
이 여파로 국제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여론 또한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객 1600여 명을 태운 크루즈선은 22일 그리스의 유명 휴양지 시로스섬에 입항하려다가 회항했다. 섬 주민이 포함된 300여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은 대량 학살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항의시위를 펼쳤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관광업 비중이 크고 이스라엘 관광객 또한 많은 그리스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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