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 초과해 실은 사슴 고기, 날개에 매달린 뿔…알래스카 경비행기 추락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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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24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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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TSB, 추락 사고 조사보고서 발표…조종사 사망

2023년 9월12일 사고로 사망하기 직전 유진 펠톨라가 탔던 경비행기. 오른쪽 날개 지지대에 무스 뿔이 걸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NTSB갈무리)
2023년 9월12일 사고로 사망하기 직전 유진 펠톨라가 탔던 경비행기. 오른쪽 날개 지지대에 무스 뿔이 걸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NTSB갈무리)
2023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경비행기 사고가 무스 고기를 너무 많이 실은 채 날개 아래 지지대에 무스 뿔을 묶고 비행한 것이 원인이라는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년 전의 한 경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왔는데 이날 이같이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원인으로 최종 분석했다.

조종사인 유진 펠톨라는 2023년 9월 12일, 225㎏이 넘는 무스 고기를 실은 경비행기 파이퍼 PA 18-150 슈퍼컵을 몰고 가다 알래스카 남서부 세인트 메리 인근 산에 추락한 후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런데 이륙 당시 이 경비행기의 무게는 이륙 허용 중량을 45㎏ 이상 초과했다. 또 보고서는 항공기 오른쪽 날개에 무스 뿔 한 쌍이 달려 있었다고 했다. 이것이 공기 역학에 영향을 주어 비행이 더욱 까다로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펠톨라는 알래스카 원주민 출신으로는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이 된 메리 펠톨라 전 의원의 남편이었다. 사고 당시 그는 사냥으로 얻은 무스 고기는 기체 하부의 벨리 포드에 싣고 나머지는 뒷좌석에 안전벨트와 로프로 고정했다. 벨리 포드는 경비행기에서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기체 아래쪽에 부착하는 외부 수납장(포드)을 말한다. 하지만 이 경비행기 벨리 포드에는 고정장치가 없어 고기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 채 비행했다. 게다가 무스 뿔을 오른쪽 날개 스트럿(몸체에 붙은 채 비행기 날개를 받쳐주는 긴 막대)에 묶고 날았다.

알래스카는 미국 내에서도 경비행기 사고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형이 험하고 도로망이 부족해 경비행기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강풍과 눈보라가 잘 발생해 기상까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펠톨라의 경우도 이륙한 활주로 끝부분에서 발생한 기계적 난류가 사고에 한몫 했다. 알래스카에서는 사냥 후 경비행기로 고기와 뿔을 운반하는 일이 많다. 펠톨라는 사냥꾼들을 내려주고 무스 고기와 뿔을 싣고 다시 이륙하는 두 번째 비행에서 기체가 우측으로 기울며 고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인근 능선에 충돌했다. 즉 펠룰라의 사고는 알래스카의 특수한 사정에 더해 무스 고기 과적 및 뿔을 날개에 묶는 위험한 방식이 결합한 것이다.

NTSB 알래스카 지역 책임자인 클린트 존슨은 “이 요소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졌다”고 애석해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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