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마당에 나체로 서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Google Street View) 카메라에 찍힌 아르헨티나 남성이 구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사생활 침해’로 판단하고, 구글에 1만2500달러(약 1700만 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 구글 “울타리 충분치 않았다”…1심, 구글 손 들어줘
24일(현지시각) AFP·CBS 등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201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브라가도의 자택 마당에 나체로 서 있었다. 당시 그는 2미터 높이의 담장 안쪽에 있었지만, 거리에서 지나가던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에 의해 등과 엉덩이 등 나체 뒷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후 지역 방송사가 이 사진을 특집 보도했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경찰관 신분인 A 씨는 “직장 동료와 이웃들 사이에서 조롱을 당했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2017년 구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해당 사진은 공공도로에서 식별 가능한 공간을 촬영한 것”이라며 “원고가 집 마당에서 부적절한 상태로 돌아다닌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구글 측도 “울타리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고, 당시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 항소심, 1심 뒤집고 배상 판결…존엄 침해 지적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민사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나체 이미지는 담장 안의 사적 공간에서 촬영됐고,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은 스트리트뷰 촬영 과정에서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해 왔는데, 이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 의식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얼굴이 아니라 전신 나체가 노출된 경우”라며 “이런 이미지는 애초에 공개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구글은 원고의 사적 영역에 침입해 존엄성을 훼손한 중대한 잘못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은 이번 사건이 단순 촬영을 넘어 인격권 침해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면서 “누구도 태어난 날 모습 그대로 세상에 노출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판결문을 발표했다.
판결에 따라 구글은 1만25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미지가 삭제되지 않았을 경우 하루 10만 아르헨티나페소(약 11만 원)가 추가된다.
한편 해당 사진을 소개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구글의 실수를 드러내는 데 일조했을 뿐, 별도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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