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수익 90%가 美로?…대통령실 “이해 어려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1일 19시 10분


코멘트

러트닉 美상무장관 SNS에 올린 글 논란
대통령실 “그런 수준의 합의는 없다” 부인
펀드 운영 협의 단계에서 이슈 부각 가능성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2025.7.30. 기재부 제공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이 투자할 수 있도록 3500억 달러를 제공하고 그 수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미국 측 원문을 보면 투자 수익을 90% ‘리테인(retain·유보)’ 한다고 돼 있다. 우리는 90%에 대해 내부적으로 재투자 개념일 것 같다고 본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이 전격 타결된 가운데, 한국 대미 투자액에 대한 ‘90% 이익 환수’ 표현을 둘러싸고 양국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공식 합의문이 없다 보니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것인데, 앞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며 역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하워드 러트닉 X 갈무리
하워드 러트닉 X 갈무리
이날 러트닉 장관은 자신의 X에 글을 올려 대미 투자(3500억 달러) 수익 90%의 미국 귀속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에 한정돼 투자하는 일명 ‘마스가 펀드’여서 실질적으론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90%, 10%라는 표현은 일본 표현을 가져다가 미국 상무부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며 “그 정도 수준의 딜(합의)들이 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미국은 마치 한국이 미국 뜻대로 쓸 수 있게 2000억 달러를 제공하고 수익의 90%도 미국에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펀드 수익의 90%가 미국에 재투자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좋은 사업을 추천하고, 구매 보증을 해주고, 이익이 나서 계속 거기(미국)에 머무르며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건 괜찮다”며 “그런데 이익이 나는데 돈은 우리가 대고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건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90% 이익 유보 조항이) 협의 단계에서 구체화될 것”이라며 “그때는 우리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펀드가 운영될 수 있도록 우리의 입장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대출과 보증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논란은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미국 뜻대로 쓸 수 있는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그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진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커졌고, 일본 정부가 반박에 나섰다. 협상을 지휘한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은 “5500억 달러를 미국에 뺏겼다는 해석은 완전히 엉뚱한 것”이라며 “출자는 전체 투자 규모의 1~2%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대출이나 보증”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무역협상#투자 수익#하워드 러트닉#김용범#마스가 펀드#트럼프 대통령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