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소년’ 에서 ‘레전드’ 되어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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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10년 동행 토트넘과 작별
英 “EPL 레전드” “토트넘 아이콘”… 매디슨 “소니 없는 팀 상상 힘들어”
뉴캐슬 친선전 앞서 직접 결별 알려… 새 팀 관련 “북중미월드컵 가장 중요”
LA FC 유력… “MLS 연봉 톱3 될 듯”

“나이스 원 소니(nice one Sonny). 나이스 원 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뉴캐슬의 프리시즌 친선전이 열린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반 7분 관중석에선 토트넘 주장 손흥민(33)의 애칭(소니)이 노랫말로 담긴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관중은 한 명의 트럼펫 소리에 맞춰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숫자 7은 손흥민의 등번호다. 관중이 이런 이벤트를 한 건 뉴캐슬전이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오른쪽)이 3일 서울에서 열린 EPL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친선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손흥민(오른쪽)이 3일 서울에서 열린 EPL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친선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적설에 휩싸였던 손흥민은 2일 열린 뉴캐슬전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의 결별을 알렸다. 그는 “올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금이 작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라며 “10년 전 토트넘에 왔을 때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소년이던 내가 좋은 선수이자 어른으로 성장해 팀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2025년 5월, 유럽축구연맹 유로파 리그 우승(프로 첫 우승).
손흥민은 이적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토트넘에서 모든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뛰면서 여러 업적을 이뤄냈기에 이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토트넘 구단도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손흥민의 이적을 허용했다. 토트넘으로서도 손흥민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6월 이전에 이적을 성사시켜야 두둑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8월, 토트넘 입단.
2015년 8월, 토트넘 입단.
2016년 10월, 아시아 선수 최초 EPL ‘이달(9월)의 선수’ 선정.
2016년 10월, 아시아 선수 최초 EPL ‘이달(9월)의 선수’ 선정.
공격수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23세이던 유망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첫 시즌엔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8골에 그쳤다. 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고 EPL에서의 생존 경쟁을 이어갔다. 그는 통역도 두지 않고 과외를 받으며 영어를 배웠다. 2016∼2017시즌 21골을 터뜨리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발돋움한 손흥민 2024∼2025시즌까지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2020년엔 EPL 번리전에서 약 73m를 홀로 질주해 터뜨린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매년 주는 ‘푸슈카시상’을 한국 선수 최초로 받았고, 2022년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23골)에 올랐다. 2023년부터 토트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올해 5월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프로 데뷔 후 15년 만의 첫 우승을 달성했다. 오랜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토트넘은 2007∼2008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무관(無冠)’에서 벗어났다.

2022년 5월,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 등극(23골).
EPL 사무국은 손흥민의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라는 글을 올렸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173골(EPL, 유럽클럽대항전 등 포함)을 넣어 역대 토트넘 선수 통산 득점 5위에 자리했다. EPL에선 아시아 선수 최다인 통산 127골, 71도움을 기록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현 세대 토트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EPL의 레전드다”라고 조명했다.

손흥민의 이적에 팀 동료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29)은 “며칠 전 소니가 팀을 떠날 것이라고 말해줬다. 소니가 곧 토트넘이었기에 그가 없는 토트넘을 상상하는 건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8월,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
최근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와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리그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손흥민이 LA FC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국 ‘기브미 스포츠’는 3일 “손흥민의 LA FC 이적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이 LA FC에 입단할 경우 870만 달러(약 12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 MLS 연봉 ‘톱3’에 이름을 올린다. 앞서 미국 ‘애슬레틱’은 “LA는 미국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다. 손흥민은 LA FC의 상업적 성장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 이라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기 행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행에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새 팀과 관련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걸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내년 월드컵을 캐나다, 멕시코와 공동 개최한다.



#손흥민#토트넘#이적#EPL#뉴캐슬#LA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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