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앞으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얽매이지 않고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을 지상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미국의 제재 시한이 8일로 다가오면서 러시아가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을 통해 독일, 덴마크, 필리핀, 호주 등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된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도 더 이상 중거리 및 단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 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연방은 2019년 INF 종료 후에도 이 조약을 자발적으로 지키려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게도 INF 금지 무기체계 배치를 상호 자제하자고 촉구해왔다”며 “하지만 러시아의 이런 노력은 상호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INF는 냉전 후반인 1987년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이다. 사거리 500~5500㎞의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 생산·실험·배치를 상호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INF에서 탈퇴했다. 당시 사실상 조약이 파기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그간 러시아는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체 유예한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다만, 러시아도 공식적으로 INF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 조만간 러시아도 추가적인 미사일 배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4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미국산 무기 구매대금 중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나토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자금 조찰 체계(PURL)의 첫 기여국으로 나선 것이다. PURL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공급하되, 비용은 전액 나토 회원국들이 부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구체화됐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무기 목록을 통보하면 나토 회원국들이 각출해 미국에 비용을 지불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네덜란드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다른 동맹들도 곧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토 4개국은 4일 러시아 북극 연안에서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나토 연합해상사령부(MARCOM)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포르투갈, 독일이 노르웨이 북부 해안과 북극해에서 기동 훈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정책 전문매체 유랙티브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맞서 핵잠수함 2척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후 이번 훈련이 진행된 사실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핵잠수함의 구체적인 위치는 밝히지 않은 채 “있어야 할 장소에 도착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 모두 핵 언사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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