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서 ‘관광 마차’ 끌던 말 숨져…동물학대 논란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7일 2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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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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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도심 한복판에서 쓰러져 현장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욕 마차 산업에 대한 동물 학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경 맨해튼 중심부인 웨스트 51번가와 11번대로 교차로에서 관광객용 마차를 끌던 15살 암말 ‘레이디’가 갑자기 쓰러졌다.

911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레이디의 사망을 확인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했으며, 뉴욕시 보건국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차 운전자이자 업계 대변인인 크리스티나 한센은 레이디가 이날 두 차례 운행을 마친 뒤 마구간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레이디가 6월 뉴욕에 도착해 건강검진을 통과한 뒤 약 6주 동안 일했으며, 특별한 질병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말도 사람처럼 가끔은 그냥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욕의 마차 산업은 일부에게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 요소로 여겨지지만, 동물권 옹호 단체들에게는 오랫동안 동물 학대로 간주돼 비판받아 왔다.

동물권 단체 NYCLASS에 따르면 센트럴파크에서 승객을 태우고 마차를 끄는 말은 약 200마리로, 요금은 최초 20분에 72달러 22센트(약 10만 원), 이후 10분당 28달러 89센트(약 4만 원)가 추가된다.

레이디 이전에도 마차를 끄는 말들이 폐사하는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2011년에는 ‘찰리’라는 이름의 15살 말이 마차를 끌다 숨졌고, 2022년 8월에는 ‘라이더’라는 말이 폭염에 쓰러진 뒤 두 달 만에 안락사됐다. 라이더의 마주였던 이언 매키버는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달 무죄를 선고받았다.

레이디의 죽음은 다시금 동물 학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에디타 번크란트 NYCLASS 전무이사는 “뉴욕시와 운송노동자노조는 약 200마리의 마차 말을 보호하기는커녕 위험에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권보도자협회(Voters for Animal Rights)의 앨리 테일러는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동물도 이런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시 의회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말들이 쓰러지거나 죽어야 하나. 이런 잔혹 행위는 전통이 아니라 학대”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뉴욕시의회에 ‘라이더 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말이 끄는 마차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전기 마차로 대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현재 의회에서 계류 중이다.

마라 데이비스 뉴욕시의장 대변인은 NYT에 “시의회는 이 사안이 어렵고 감정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라이더 법)은 현재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며 모든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가능한 심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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