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발효 직후 품목관세 거론… 韓-日-대만 등에 美공장 건설 압박
韓반도체, 작년 대미수출 품목 2위
美, 韓에 최혜국 대우 약속했지만… 세부내용 몰라 불확실성 여전
애플, 6000억 달러 투자 약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100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포함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6000억 달러(약 834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semiconductors)와 집적회로(chips)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부과 시점과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자동차(15%)와 철강·알루미늄(50%)보다 훨씬 높은 100% 관세를 거론하며 반도체를 관세 전쟁의 한복판에 두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가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면서 관세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난달 한미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 반도체 분야에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기로 한 만큼 향후 한국 기업에 부과될 관세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짓기로 확실히 약속했다면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내 공장 건립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건설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시 계산해서 나중에 그 누적분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관세 미부과에 따른 각종 이익 등을 계산해 일종의 페널티를 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기로 한 최혜국 대우는 무역 협정에서 특정 국가에 부여한 혜택을 다른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원칙이다. 만약 미국이 유럽연합(EU)에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낮은 1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도 100%가 아닌 15%의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7일 한국이 최혜국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자주 달라진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도체를 품목별 관세의 대표 타깃으로 보고 있고, 어떻게 관세가 적용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주요 반도체 기업에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애플도 향후 4년간 6000억 달러(약 834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쯤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 대상으로 반도체와 의약품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 주에 반도체 관세율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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