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적인 개인 퇴직연금 제도 401(k) 운용 시,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 자산 외에 암호화폐,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7일(현지 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트 대통령은 이날 서명을 통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401(k) 계정을 통해 프라이빗 에쿼티, 암호화폐, 부동산 등 대제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됐다.
401(k)는 근로자가 세금 혜택을 받으며 급여 일부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로, 현재 대부분 공모 주식과 채권 펀드에 투자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수십 년간 퇴직연금 시장 진입을 노려온 5조 달러 규모의 프라이빗 에쿼티 업계와, 투자 기반 확대를 모색해 온 암호화폐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2%가량 상승한 11만7287달러에 거래됐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스완 비트코인 CEO(최고경영자) 코리 클립스텐은 “비트코인이 미국인의 401(k)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며 “장기적으로 조정된 위험 대비 수익성을 인식하게 되면, 특히 하드 머니(가치저장 수단)를 선호하는 젊고 기술에 능한 근로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 에쿼티 회사들은 그동안 고액자산가와 주·민간 연금펀드에 의존해 왔고,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미국인의 퇴직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방대한 현금 풀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는 “2017년부터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퇴직 자산 접근이 나와 업계의 ‘꿈’이라고 말해왔다”며 “이전 정부들은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가 전통적인 주식·채권형 뮤추얼펀드보다 위험하고 비용이 높으며 유동성이 낮다는 이유로 401(k)에 포함돼선 안 된다고 봐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새로운 규정 제정에 2026년까지 걸릴 수 있으며, 이후에도 고용주는 투자 옵션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주요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고용주가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펀드를 개발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정책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개인 퇴직연금에 암호화폐와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가 실제로 포함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입장을 명확히 한 데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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