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美 투자 832조원 약속했지만…“공급망 대대적 변화는 어려워”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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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 완화 노리며 기존 아시아 협력사 중심 미국 내 제조 확대 전략
금융권 “투자 규모에 인수합병 비용 포함됐을 가능성…실제 변화는 제한적” 전망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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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4년간 6000억 달러(약 832조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했지만, 투자 규모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아시아 중심 공급망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선에서 미국 내 제조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의 팀 쿡 CEO(최고경영자)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변화보다 기존 공급망과 협력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쿡 CEO는 지난 2월 발표한 4년간 5000억 달러(약 693조5500억원) 투자 계획에 추가로 1000억 달러(약 138조6500억원)를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오랫동안 외부 공급업체에 제조를 맡겨 왔는데, 이번 계획 역시 TSMC,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기존 협력사에 미국 내 제조 및 생산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애플의 투자 계획에는 현지 조달 확대, 데이터 센터 및 연구개발 지출, 직접 고용, 20개 주에 걸친 애플 TV+ 콘텐츠 제작 등이 포함된다. 다만 주식 환매나 인수합병 비용은 제외했다.

또 2억 5000만 달러(약 3469억원) 규모의 코닝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는데, 코닝은 아이폰과 애플 워치용 유리를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다. 레이저 부품 업체 코히어런트와도 다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은 새롭게 투자한 1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실리콘 칩 생산에 투입할 계획으로, 올해 12개 주에 있는 24개 공장에서 총 190억 개의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쿡 CEO는 “아이폰의 ‘최종 조립’은 당분간 해외에서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내 아이폰 조립이 즉각 현실화하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도 5년간 3500억 달러(약 485조4500억원) 미국 제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때도 공급망 전반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관세를 면제받았다.

제프리스 등 주요 금융 분석가들은 애플의 6000억 달러 투자 약속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기존 비용 구조를 고려할 때 이처럼 큰 규모의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일부 인수합병 비용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술 컨설팅 업체 가트너의 반도체 분석가 가우라브 굽타는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이 향후 4년 내에 모두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획이 공급망 급변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애플의 손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애플이 미국 내 제품 조립을 하지 않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라며 “향후 몇 년간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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