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京都)국제고등학교가 ‘여름의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제 107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올해에도 출전해 첫 승을 거뒀다. 사진은 교토국제고가 지난해 8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는 모습. 니시노미야=AP 뉴시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13일 오전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퍼졌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출전해 첫 승을 거둔 직후, 선수들이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일본 열도에 방영된 것.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는 대회 2연패를 노린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일본 고교 야구의 성지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군마현 강호 겐다이타카사키고와 경기에서 6대3으로 승리해 16강에 올랐다. 대회 첫 경기부터 ‘빅매치’였다. 겐다이타카사키고는 지난해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우승컵을 안은 강호들이었다.
위기에서 에이스의 역투가 승부를 갈랐다. 교토국제고의 주축 선발 니시무라 잇키(3학년)가 9회까지 3점 만을 내주며 공 160개를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쿄토국제고는 1회 공격에서부터 2점을 획득했지만, 3회 초 3점을 내주며 2-3으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바로 3회 말 공격에서 4-3으로 재역전 한 뒤 5, 6회 각각 1점씩 추가점을 올리며 승부를 확정지었다.
이날 완투승을 거둔 교토국제고의 니시무라 잇키(西村一毅)는 “투구 수가 많아져 템포가 좋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었다”며 “2연패가 목표지만 우선 다음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NHK에 말했다. 고마키 노리츠구(小牧憲継)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상대를 앞질렀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의 경기에서 나온 과제를 수정해 도전자의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르겠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가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 약 160명 중 70%가량이 일본인이라고 전해졌다. 1999년 창단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2021년 고시엔 본선에 처음 진출해 4강까지 올랐고, 이듬해엔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엔 창단 25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
1915년에 시작돼 올해로 107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로, 전국의 수천 개 학교 중 예선전을 거친 수십 개 학교만 참가할 수 있다. 모든 경기가 현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며 매 시합 초반 출전팀의 교가가 한번 연주되고 승부 확정 후에는 승리 팀의 교가가 한 번 더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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