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편법으로 대외원조 예산 8조원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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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예산편성권 무효화하는 포켓 리세션 방식 동원
공화 의원 포함 상원의원들 “예산권 헌법 규정 위반” 반발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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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50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의 예산편성권을 우회해 49억 달러(약 6조8100억 원) 상당의 해외원조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는 이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서 보낸 서한에서 49억 달러의 대외 원조를 지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50년 만에 처음 사용하는 ‘포켓 리세션(pocket rescission)’ 방식으로 의회를 우회해 예산을 삭감한 조치다.

포켓 리세션은 대통령이 회계연도 말에 이미 승인된 자금을 지출하지 않겠다는 요청을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가 45일 내에 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예산이 사용되지 않게 되는 방식이다. 미 회계연도는 9월말이 시한이다.

트럼프의 서한은 29일 오전 백악관 예산관리국 X 계정에 게시됐다.

서한에는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적시돼 있다.

포켓 리세션 방식은 대통령이 주요 지출 결정에서 의회의 예산 편성권을 우회하는 것으로 10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서 예산을 유지하려는 상하원의 노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트럼프가 포켓 리세션 방식을 사용한 것은 예산에 대한 정부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의회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여러 기관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연방 공무원을 해임했으며 의회를 거치지 않은 채 관세를 큰 폭으로 인상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 행사 한계를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떠넘겨 왔다.

백악관 한 고위 당국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정부가 앞으로 포켓 리세션을 어떻게 사용할지 또는 상한선을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정부 조지에 대한 소송이 걸려도 승소할 것으로 자신하면서 이번 환수 조치가 명확한 선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1974년 제정된 ‘예산집행통제법(Impoundment Control Act)’은 대통령에게 의회가 승인한 자금을 취소할 것을 제안할 권한을 부여한다.

의회는 45일 이내에 자금을 환수할지 유지할지를 표결할 수 있으나 백악관은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에 임박해 환수를 제안했기 때문에 돈이 지출되지 않고 자금이 소멸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마지막 포켓 리세션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사용했으나 카터는 회계연도 마감일 45일 전 기한보다 훨씬 앞서 환수를 제안했었다.

트럼프 정부의 예산 환수 조치에 대해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미 상원 의원 일부가 강력히 반발했다.

수전 콜린스 의원은 성명에서 “의회가 재정 지출권을 갖는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자금을 환수하려는 어떤 시도도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포겟 리세션 권한 사용이 정상적 예산 편성을 훼손하고 “불필요한 정부 셧다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슈머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의회를 완전히 우회하려는 불법적인 술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엘로이즈 파사초프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저서에서 예산집행통제법이 의회가 45일 이내에 조치할 때만 예산 환수를 허용한다며 백악관이 단독으로 예산 지출 중단을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백악관이 예산 지출을 취소한 예산은 개발 지원 보조금 32억 달러, 유엔 지원 예산 5억2000만 달러, 국제 평화유지 활동 지원예산 8억 3천8백만 달러, 해외 민주주의 촉진 자금 3억 2200만 달러가 등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외 원조를 크게 줄이는 것을 대표 정책으로 삼아 왔으나 이는 예산 적자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크기에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크다.

지난 2월 트럼프 정부는 USAID의 해외 원조 계약 대부분을 폐지하고 해외 원조 예산을 600억 달러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USAID가 해체됐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7일 글로벌 보건, HIV 및 AIDS 프로그램 대외원조 예산 집행 중단을 금지한 하급 법원의 판결을 무효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었다.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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