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中전승절 열병식] 시진핑-푸틴, 反서방 ‘톈진 선언’
習 “4000억원 원조-2조 신규 대출”
SCO 26개국 정상 “다자무역 수호”… ‘관세 50% 폭탄’ 印 모디 총리도 참여
푸틴 “유라시아 새 안보 토대” 화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세 나라를 포함한 세계 26개국 정상은 다자주의를 강조한 ‘톈진 선언’에 서명하며 ‘반(反)서방 연대’를 강조했다. 톈진=AP 뉴시스
“비차별적인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속적으로 수호하고 강화할 것이다.”
1일 중국 톈진에 모인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톈진 선언’을 발표하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고율 관세 정책을 겨냥해 이 같은 문구를 넣었다. SCO 주도국인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최근 미국으로부터 50% 관세 폭탄을 맞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불참하며 절제된 대중(對中) 접근을 하고 있는 모디 총리가 SCO에선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
이날 시 주석은 기조 연설을 통해 회원국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안보 대응센터 설립 방안 등을 밝히며 SCO를 ‘반미 연대’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유라시아에서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경제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 시진핑 “회원국들에 4000억 원 무상 원조 제공”
2001년 중국, 러시아 주도로 만들어진 SCO는 설립 당시 테러리즘, 분리주의에 대항하는 지역 안보 협력체로 출발했다. 중국은 SCO를 경제협력 중심의 브릭스(BRICS)와 더불어 서방 진영에 맞서는 다자 협력체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SCO 정상회의를 주재한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를 반대하며 세계 평화와 발전에 적극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다극화, 혜택을 공유하는 경제 세계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SCO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한 것.
시 주석은 SCO에 안보 및 경제협력 기구를 세워 내부 결집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는 “안보대응 종합센터와 마약퇴치 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설립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에 더 힘 있는 지지를 제공하자”고 말했다. 올해 내로 회원국들에 20억 위안(약 4000억 원) 규모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고, 향후 3년간 회원국들의 은행 연합체 소속 은행에 100억 위안(약 2조 원)의 신규 대출을 지원하는 등의 재정 지원도 약속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이 미국·유럽 주도의 국제질서가 아닌 대안적인 국제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 푸틴 “우크라 전쟁 발발 서방 탓”
푸틴 대통령은 이날 SCO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서 서방이 주도한 쿠데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이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려 한 서방 진영의 움직임 탓에 전쟁이 일어났다며 책임을 돌린 것. 이어 “SCO가 시대에 뒤떨어진 유럽 중심주의 모델을 대체하고, 진정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국가의 이익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디 총리는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했다. 세 사람이 회의장에 선 채로 수 분간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를 타고 회담장으로 함께 이동하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그(푸틴)와의 대화는 항상 통찰력이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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