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일부 대형마트가 29센트(약 470원)짜리 바게트 판매를 시작하면서 ‘동네 빵집’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약 3만4000곳의 프랑스 수제 빵집에서 판매하는 바게트(사진)의 평균 가격인 1.09유로(약 1700원)보다 약 70% 저렴하다.
1일 르피가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각각 독일계 대형 마트인 ‘리들’, ‘알디’ 등은 9월 신학기를 맞아 29센트짜리 바게트 판매를 시작했다.
자동화된 생산 공정이 초저가를 가능케 했다. 일반 빵집은 수제로 바게트 반죽을 만들어 발효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 한 명의 제빵사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바게트는 400∼600개지만 대형마트의 기계는 시간당 1만 개의 바게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바게트 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 프랑스 전국 제빵·제과협회(CNBP)의 도미니크 앙라크 회장은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제빵업계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게트는 202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데 단순히 가격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자존심 대결을 거론한다. 독일계 대형마트가 프랑스인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리들과 알디 측은 “소비자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제빵업계와 맞섰다. 전통 빵집이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대형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바게트 시장의 9%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바게트는 미국의 맥도널드 햄버거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프랑스 물가를 대표하는 품목이었다. 1987년까지는 정부가 바게트 가격을 개당 19센트(약 310원)로 통제했고, 이후로는 빵 가게 자율로 가격을 정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최근 프랑스의 바게트 평균 가격은 1유로(약 1630원)를 넘어섰고, 파리에서는 약 1.20유로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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