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추진하는 英, 부총리 재산세 거액 누락 드러나 곤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4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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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한 앤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 겸 주택지역사회 장관(45)이 8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두 번째 주택 구입 과정에서 4만 파운드(약 7500만 원)의 세금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재정적자 증가로 최근 영국의 국채 금리가 날로 치솟아 고심하고 있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집권 노동당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레이너 부총리는 올 5월 잉글랜드 남부 이스트서식스호브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주요 주거지가 아닌 곳에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하면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는 지역구인 맨체스터 인근 애슈턴언더라인이 아닌 이 곳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이를 ‘주요 주거지’로 신고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레이너 부총리는 그간 “지역구의 첫번째 주택은 장애자인 아들을 위한 법정 신탁에 양도했으므로 5월 구입한 주택은 두번째 주택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고조되자 3일 성명을 내고 “변호사에게 부정확한 조언을 받아 세금을 적게 납부했다.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고 몸을 낮췄다.

레이너 부총리는 노동계급 출신으로 영국 2인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맨체스터 공공주택에 살면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고 16세에 첫 아들을 출산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이후 두 아들을 더 낳았다. 둘째 아들은 조산 과정에서 장애를 얻었다.

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논란은 올 하반기(7~12월)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스타머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보수당은 “주택지역사회 장관을 겸하고 있는 레이너 부총리의 세금 누락은 위선”이라며 스타머 총리에 그의 해임을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 또한 지난해 부유한 사업가인 와히드 알리 노동당 상원의원으로부터 5만 파운드(약 9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의류 등을 선물받은 후 이를 늦게 신고해 곤욕을 치렀다. 최근 성장 둔화와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또한 노동당 소속 고위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편 2일 런던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72%까지 올라 1998년 5월 이후 2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성장, 고물가, 재정적자 증가 등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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