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지사’ 플로리다, 어린이 백신 의무접종 美 첫 폐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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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볼거리-풍진 등 자율접종 바꿔
전문가 “공중보건 재앙이 될것”
민주당 주지사 3개 주는 ‘백신 동맹’
WP “백신 놓고 정치적 균열 심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反)백신 정책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가 어린이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지침을 폐지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는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해 백신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맞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공립학교 입학을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했던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B형 간염 등 필수 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바꾸겠다는 것.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조지프 라다포 플로리다주 공중보건국장은 “당신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당신의 아이 몸속에 뭘 넣어야 하는지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백신 의무화 조치는 잘못된 것이고 경멸과 노예제로 얼룩져 있다”고도 했다. 백신 접종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시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백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제임스 콜그로브 미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수전 크레슬리 미국 소아과학회장은 “플로리다 학생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지고, 지역사회 전체에 파급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빌 캐시디 미 상원 보건위원장조차 “공중보건에 끔찍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플로리다주는 은퇴 노인의 거주비율이 높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있어 전염병 확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 해켈 미 소아과학회 외래진료위원장은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텍사스에서 올 초 홍역이 유행해 수백 명이 감염됐고, 10년 만에 사망자까지 나왔다.

앞서 백악관은 백신 의무화 폐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 달 된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CDC의 최고 의료책임자와 국가면역·호흡기질환센터장, 국가신종·인수공통질병센터장, 공중보건 데이터·감시·기술국장 등 간부들이 동반 사임했다.

백신 갈등은 정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등 3개 주는 연방정부가 “과학의 정치화를 낳고 있다”며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성향의) 북동부 여러 주를 포함한 다른 주들도 보건 동맹 동참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백신 회의론자#백신 의무 접종 폐지#공중보건#백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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