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근로자 “전쟁터 같았다”…단속 인력만 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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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상공 선회하며 새벽 급습해 작업자 벽에 줄세워
바이든 ‘제조업 부활’ 상징에서 트럼프 이민단속 표적으로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50여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5/뉴스1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50여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5/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 아래 현대자동차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정치적 공포 전술의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당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최소 300명이 구금되었으며, 전체 체포 인원은 475명에 달한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 작전으로 기록됐다.

단속 대상이 된 현대차 공장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장소였다는 점에서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수백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체포된 이번 사건은 미국 내에 대규모 투자중인 외국 기업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단속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500명 투입된 단속 작전…헬기·보트까지 동원

5일(현지시간) CNN, USA투데이, CBS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번 단속에는 연방부터 주·지방 정부 요원 약 500명이 투입됐다. 국토안보수사국, 이민세관단속국,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 국세청, 조지아주 경찰 등 여러 기관이 총동원됐다.

단속은 4일 새벽부터 시작됐다.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며 공장 전체를 감시했고, 조지아주 경찰은 공장 진입로를 차단했다. 요원들은 공사 현장으로 들이닥쳐 작업자들을 벽에 줄 세운 뒤, 사회보장번호와 생년월일 등 신원을 확인했다. 합법 체류자는 석방됐고, 나머지는 ICE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현장에 있던 한 건설 노동자는 CNN에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증언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하수 웅덩이로 도망치거나 환풍구와 연결된 천장 내부 통로에 몸을 숨겼고, 요원들은 보트를 이용해 수색을 벌였다.

비자 위반 판단…ESTA·B-1 입국자 대거 체포

ICE는 이번 작전이 수개월에 걸친 정보 수집과 수사 과정을 거쳐 법원의 수색 영장을 받아 집행된 정식 형사 수사였다고 강조했다.

ICE는 “불법 고용 관행을 바로잡고, 미국 노동 시장을 보호하며, 법을 위반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체포된 한국인 대부분은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 상용 비자(B-1)를 받고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B-1 비자는 최대 6개월간 비즈니스 회의나 계약, 시장 조사 등의 활동은 가능하지만, 급여를 받는 현장 노동이나 시공은 엄격히 금지된다. ESTA 역시 마찬가지로 취업 활동은 불허된다.

정치적 의도 논란…바이든 치적에 흠집 내려는 전략?

하지만 이번 작전은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해당 공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선전했던 장소였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2022년 10월 공장 기공식 당시 “나의 경제 정책이 조지아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지아주는 2000년 이후 내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줬고 2016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등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경합주가 됐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지아주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은 바이든의 치적에 흠집을 내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이 선전했던 미국 내 일자리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도맡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정치적 공포 전술”…산업 협력에도 타격 우려

조지아주 민주당의 찰리 베일리 의장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단속은 생계를 위해 성실히 일하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고안된 정치적 공포 전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조지아를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가족과 기업, 생계를 희생시키는 정치적 선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단속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해외 기업에 강력한 이민 단속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두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라며, 한미 산업 협력에도 잠재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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