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브라질리아 의회에서 발목에 착용한 전자 발찌를 보여주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올 7월 18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전자 발찌 착용을 명령받았다. 브라질리아=AP/뉴시스
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전후로 쿠데타를 일으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70)이 11일(현지 시간) 현지 연방대법원에서 징역 27년 3개월형을 선고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변호인 측의 재심 신청이 기각되면 판결이 확정돼 징역형이 집행된다.
CNN은 “70세의 보우소나루가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그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놀랍고 매우 불만(unhappy)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브라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브라질 연방대법원 제1소부(小部) 대법관 5명 중 4명이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모의, 무장범죄단체 조직, 중상해 등 혐의와 관련해 유죄로 판결했다. 브라질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과 관련한 사건은 연방대법원에서 맡게 하고 있다. 재판은 브라질 사법부 방송과 유튜브로 생중계 됐고, 브라질 대법원 1부 대법관들은 9일부터 한 명씩 이에 대한 유무죄 판단 근거를 장시간 걸쳐 설명했다.
5명 대법관 중 이날 마지막으로 의견을 밝힌 크리스치아누 사닝 대법관은 “증거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을 장악한 뒤 새로운 국가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비상 기구 설치 계획이 있었다는 등의 공소사실을 거짓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등 다른 3명의 대법관 역시 비슷한 취지로 판시했다.
다만, 앞서 루이스 푸스 대법관은 “피고인이 민주적 법치국가를 폭력적으로 폐지하려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유일하게 무죄를 판단했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가택 연금 중인 보우소나루는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이날 “피고인(보우소나루)이 2018년 대선 선거운동 유세 도중 당한 흉기 피습 테러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라며 무죄를 항변했지만, 판결을 뒤집진 못했다. 브라질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최대 40년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2019∼2022년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현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이후 그는 와우테르 브라가 네투 전 국방부 장관 등과 룰라 대통령,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판사 등의 암살을 계획하고 군부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23년 1월 8일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선거 불복 폭동을 조장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국이 브라질에 관세 등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단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보우소나루 관련 재판이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이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을 중단하지 않으면 5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50% 관세를 물렸다.
미국에서 부친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보우소나루의 아들인 에두아르두는 “아버지가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 따라 미국에서 브라질 대법관을 추가 제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미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에게 이 법을 적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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