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후속 조치, 대미 투자 끌어내려는 듯
“흔한 일 아니지만, 추이 지켜보며 대비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을 상대로 예고 없는 ‘기습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 예고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소재 의약품 제조소를 불시에 검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당장 FDA가 국내 제조 시설에 들이닥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대비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앞으로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불시 검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미 행정부의 핵심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 촉진 행정명령과 FDA 정책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인도·중국에서 시범 운영 중인 ‘해외 불시 점검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FDA는 매년 90개국 이상에서 약 3000건의 해외 검사를 해왔다. 다만 이때는 최소 3주 전 사전 통보로 해외 업체들이 대응할 여유가 있었다.
FDA는 외국 기업이 자국 기업에 비해 훨씬 가벼운 검사를 받아 검사의 무결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해외 의약품 제조소 ‘기습 검사’를 예고했다.
만약 어떤 업체가 FDA의 기습 검사 때 배치 기록부터 표준 운영 절차 등 전 분야에서 FD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허가 취소 등 손해를 볼 여지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 대규모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가 일어난 데 이어 FDA 기습 검사까지 거론되면서 전 세계는 긴장 모드다. 과거 이런 사례가 흔치 않아 더욱 조심스럽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FDA의 이번 조치가 한국만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은 미국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임상 CRO(임상수탁기관) 파렉셀은 △정기적 모의검사 △명확한 대응계획 수립 △문서 최신화 △교육 프로토콜 강화 △강력한 변경 관리 등 구체적 대응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뉴스1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FDA가 아무런 예고 없이 현장을 ‘덮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만약 실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 규제기관과 협의가 선행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 전무는 “이번 조치의 이면에는 해외 의약품 업체들에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약품 품질 관리를 빌미로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FDA에서도 관련 인력 확보가 쉽진 않을 것이다. 언어나 접근성 문제 등 현실적인 부분도 있어 예고한 만큼 해외 대상 검사를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등 제약·바이오 업체, 사태 주시하며 대비
이와 관련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신약 개발 업체 SK바이오팜(326030) 관계자는 “당사는 캐나다 CMO(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생산하는데, 일단 상황을 보고 있다”며 “FDA의 규정을 준수하며 항시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오 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해외 의약품 시설 실사가 비정기적으로 이뤄질 때도 있었다. FDA의 이번 발표가 특별히 새롭다고 느껴지진 않는다”며 “미국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하던 대로 대비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도 “FDA가 원래 해외 실사는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다. 늘 미국 상황을 주시하며 그것에 맞게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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