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시티에 지상군 전격 투입… “美, 사전 승인”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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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20분 공습 후 탱크로 밀어붙여
최소 40명 숨져… 주민 “지옥같은 밤”
美 “네타냐후의 전쟁” 책임 돌려
아랍국가 긴급 정상회의 “규탄”

가자지구 진입 준비하는 이스라엘 전차
16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를 정비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가자시티에 지상군 투입을 개시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작전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시티=AP 뉴시스
가자지구 진입 준비하는 이스라엘 전차 16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를 정비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가자시티에 지상군 투입을 개시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작전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시티=AP 뉴시스
이스라엘이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지난달 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장악 계획 발표 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공습을 이어 오다 전차 등을 앞세워 지상군 투입을 개시한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고위 인사 거주시설 공습을 감행한 것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결국 미국이 다시 한 번 이스라엘의 보복전에 힘을 실어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15일 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 약 20분간 37차례에 걸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후 전차를 포함한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번 공격은 가자시티 중심부 알잘라 거리와 해안가 지역에 집중됐다. 로이터통신은 16일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최소 4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트랙터에 짐 싣고 탈출하는 주민들
15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트랙터에 짐을 싣고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피란을 가고 있다. 이날 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의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 대규모 공습을 한 직후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트랙터에 짐 싣고 탈출하는 주민들 15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트랙터에 짐을 싣고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피란을 가고 있다. 이날 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의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 대규모 공습을 한 직후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가자시티 거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포격이 ‘불의 띠(belt of fire)’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지옥 같은 밤”이라며 “가자시티에 이스라엘군이 모든 종류의 폭격과 무기를 사용했다”고 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 2년간 가자 북부에서 목격되지 않았던 전쟁 양상”이라고 전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향후 며칠 동안 더 많은 지상군이 가자시티로 진입할 거라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6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부패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해 “가자시티에서 집중적인 작전이 시작됐다”며 법정 증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에 하마스 대원 3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지상군 투입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상 작전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고 액시오스에 밝혔다. 미국 당국자는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이 아니라 네타냐후의 전쟁”이라고 했다. 지상전을 트럼프 행정부가 용인했지만 그 책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는 얘기다.

앞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나는 이번 일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최대 규모의 미 공군기지를 둔 우방국이 공격당했음에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16일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카타르로 향하면서 “이스라엘이 작전을 시작했다. 우리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시간은 아마 며칠, 길어야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하마스를 압박했다.

한편 카타르는 이날 도하에서 아랍·이슬람권 6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의 외교 및 경제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며 자국을 공습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16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고,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내각이 이를 의도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스라엘#가자시티#공습#지상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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