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 트럼프에 초특급 의전…美는 MS 등 파격 투자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7일 14시 46분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왕실 거주지인 런던 근교 윈저성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황금색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윈저=AP 뉴시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집권 중 두 차례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영국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방문 첫 날 영국 대표 브랜드 ‘버버리’의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어 영국을 예우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 17일 낮 12시 18분(한국 시간 17일 오후 8시 18분)경 왕실 거주지인 런던 근교 윈저성에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도착했다. 윌리엄 영국 왕세자와 케이트 미틀턴 왕세자빈이 헬기 앞까지 나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는 등 ‘초특급 의전’을 펼쳤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짙은 갈색의 투피스와 자주색 모자를 착용했다.

● 英 정부와 왕실의 초특급 의전

이날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 및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과 함께 황금색 왕실 마차를 탔다. 이들은 기병대원들과 군악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윈저성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찰스 3세가 악수할 때는 윈저성과 런던탑에서 동시에 예포가 발사됐다. 또 말 120마리와 영국 해병대·해군·육군·공군 장병 1300여 명, 양국이 공동으로 설계한 F-35 전투기 등도 동원됐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고,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영국 측의 ‘트럼프 비위 맞추기’인 셈이다.

실제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 주요 빅테크들은 영국에 대한 다양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6일 향후 4년간 영국에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엔스케일과 2만3000개 이상의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영국 최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최소 12만 개의 첨단 GPU를 영국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구글은 향후 2년간 50억 파운드(약 9조 원), 세일즈포스는 2030년까지 20억 달러(약 2조7500억 원)를 영국에 투자하겠다고 공개했다.

또 영국 제약사 글랙소스미스클라인(GSK)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요국에 의약품 관세 부과를 시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 윈저 성벽에 트럼프·엡스타인 ‘투샷’

양국 간 다양한 경제협력 계획이 발표됐지만, 16일 영국 곳곳에서는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윈저성 외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 시절 친하게 지냈으며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월가 투자자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투샷’이 걸렸다. 엡스타인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피터 맨덜슨 전 주미국 영국 대사 등과도 교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국 민심의 반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윈저성 외벽에 투사됐던 ‘반트럼프’ 사진과 영상은 현지 시민단체가 기획한 것으로 영국 경찰은 이를 중단시켰고 관련자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등에는 해당 사진과 영상이 이미 퍼졌다.

파키스탄계 무슬림으로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영국 국빈 방문 때도 그를 강하게 비판했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이날 일간 가디언에 “트럼프식 공포와 분열의 정치를 거부한다”는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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