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트럼프 대원군이냐, 新쇄국정책” 美비자수수료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0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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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의 100배로 올렸다. 연간 1000달러(약 140만 원)였던 수수료는 이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오른다. 이 비자가 있어야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쇄국정책이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더니 막가다”, “미국이 비자 장사까지 할만큼 궁핍한가” 등의 격앙과 우려가 쏟아졌다.

‘H-1B’ 비자는 고숙련 기술직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해 매년 약 8만5000건이 발급됐다. 한번만 발급받으면 되는 게 아니라 매년 갱신해야 하고 수수료도 매년 내야한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미국의 기술 인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을 이같이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모든 대기업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누군가를 훈련 시키려면 미국 전역의 위대한 대학 중 한 곳에서 최근 졸업한 사람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인을 훈련시키면 된다”며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 사람을 데려오는 것을 그만두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핵심은 연간”이라며 “6년까지 적용된다”고 했다. 해당 비자로 6년간 체류한다면 60만 달러(약 8억4000만 원)를 내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H-1B 비자로 들어오는) 인물이 회사와 미국에 매우 가치있는지, 아니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회사는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라며 “이것이 이민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 시작된 H-1B 비자 제도로 미국 기업들은 낮은 임금을 주고 외국에서 전문직 근로자를 고용해왔다. 자료에 따르면 해당 비자는 인도·중국인의 발급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H-1B 비자 전체 발급의 71%가 인도인, 11.7%가 중국인이었다.

2025년 상반기(1~6월)에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는 1만 개 이상의 H-1B 비자가 발급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각각 5000개 이상의 H-1B 비자를 발급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자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인 멘로벤처스 소속 파트너 디디 다스는 X(엑스·옛 트위터)에 “새로운 수수료를 추가하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오려는 의욕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는 것을 중단한다면 혁신과 경제 성장 능력이 크게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규모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의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려와 격앙의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해외취업 관련 한 온라인 카페에선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재가 아닌 이상 누가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외국인을 입사 시키겠느냐”며 “그냥 외국인 직원을 받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마가(MAGA)가 아닌 막가” “흥선트럼프 대원군이냐, 신(新)쇄국정책을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등 혀를 찼다. “비자 장사하네” “자국 기술자들로 잘해보라” “미국이 스스로 고립되는 걸 자초하네” 등 격양된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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