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아내 에리카 커크가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편의 추모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찰리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글렌데일=AP 뉴시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 찰리 커크(31)의 부인 에리카 커크가 21일(현지시간) 남편 살해범을 용서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는 이날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편의 추도식에서 “그 사람, 그 젊은이(살해범인 타일러 로빈슨)를 저는 용서한다”라며 “그리스도가 하신 일이고, 찰리가 했을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오에 대한 답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서 남편의 시신을 보며 “존재조차 몰랐던 수준의 비통함을 느꼈다”면서도 “찰리 얼굴에 있던 희미한 미소를 보고 그가 고통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 비극에서 하나님의 큰 자비를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추도식 장소엔 약 7만 명의 청중이 모였다. 에리카가 커크 살해범을 용서하겠다고 밝히자,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그의 아내 에리카 커크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글렌데일=AP 뉴시스커크는 지난 10일 유타밸리대학교에서 열린 ‘아메리칸 컴백 투어’ 연설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범인 로빈슨은 약 135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소총으로 커크를 저격했다. 로빈슨은 1급 살인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유타 검찰은 16일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리카는 17일 진행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유타주 캠퍼스 강연을 떠나기 전 방탄조끼를 입으라고 간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커크의 지인들이 방탄유리 뒤에서 연설할 것을 조언했지만, 커크는 “아직은 아니다”라며 이런 제안들을 모두 거절했다고 전했다.
21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커크가 창립한 우익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손팻말을 들고 있다. 글렌데일=AP 뉴시스에리카는 18일 남편이 2012년 설립한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터닝포인트USA는 젊은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단체로,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
에리카는 “세상에는 터닝포인트USA가 필요하다”며 “젊은이들을 비참함과 죄악의 길에서 벗어나게 해줄 단체가 필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에리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편의 죽음 뒤에도 계속 조언을 구해도 되겠느냐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물론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커크 부부는 2018년 만나 2021년 결혼했으며, 1남 1녀를 두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글렌데일=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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