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송중인 머독에도 틱톡인수 기회… 보수 여론주도 노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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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1억7000만명 이용 SNS
‘엡스타인 소송’ 머독에 운영권 제안
래리 엘리슨-마이클 델도 관심
FT “머독 일가는 美보수 진영 핵심”… 틱톡 인수땐 여론 영향력 강해져

루퍼트 머독
루퍼트 머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인수에 친(親)트럼프 방송인 폭스뉴스와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소유한 보수 성향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그의 장남 러클런이 참여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WSJ가 자신과 월가 투자자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연루됐다고 보도한 게 허위 정보라며 WSJ와 머독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측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죽음을 계기로 보수 여론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머독 측의 영향력과 자금력을 무시할 수 없어 다시 그와 손을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틱톡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도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국인이 틱톡을 경영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이(瀋逸) 중국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21일 현지 매체 ‘관차저왕(觀察者網)’ 기고문에서 틱톡 소유권은 지금처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가 갖고 미국과의 합자회사에는 알고리즘 사용권만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 머독, 소셜미디어 인수에도 관심

마이클 델
마이클 델
래리 엘리슨
래리 엘리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델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등이 틱톡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머독의 2남 4녀 중 장남인 러클런을 거론하며 “러클런도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클런은 WSJ를 소유한 뉴스코프의 회장 겸 폭스뉴스의 모회사 폭스코프의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머독은 자신의 후계자로 러클런을 지목했다. 폭스뉴스는 올 6월 말 기준 53억 달러(약 7조4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러클런 또한 최근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히며 신사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독 일가는 여전히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이라며 (러클런으로의 경영권 승계 후에도) 머독 일가의 우파적 운영 방향은 확고히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머독 일가의 틱톡 인수 참여로 전 세계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보수 성향 소유주들이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셜미디어 X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X를 통해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다.

한때 야당 민주당과 가까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CEO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 1억7000만 명이 쓰는 틱톡까지 머독 일가가 장악한다면 소셜미디어의 여론 흐름이 보수 진영에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 틱톡 소유권 둘러싼 美中 이견 여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중국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분리해 신설 법인을 만들고 미국 쪽이 지배하도록 한다는 합의에 근접했다. 신설 법인에는 오라클, 유명 벤처 투자사 앤드리슨호로위츠,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하며 미국 쪽 이사가 전체 이사회 7명 중 6명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재 틱톡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바이트댄스의 미국 법인 지분은 20%로 줄어든다는 것이 미국 측 구상이다.

반면 선 교수는 이날 “복수의 권위 있는 소식통을 통해 얻은 정보”라며 틱톡 지분은 여전히 중국 측이 계속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틱톡의 지분, 알고리즘의 지식재산권은 모두 바이트댄스가 소유하되, 알고리즘의 사용권만 미국 법인에 넘긴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틱톡 거래의 최종 결정권은 중국 측에 있으며 중국 상무부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의 틱톡 거래를 두고 최근 5년간 틱톡을 포기하지 않았던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에서 협상력을 최대로 키우기 위해 이 시점에 거래를 단행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틱톡#루퍼트 머독#래리 엘리슨#마이클 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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