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조례가 처음으로 제정됐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수면 시간 감소 및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 조치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이치현 도요아케시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조례가 전날 시의회에서 가결됐다. 구체적인 사용 시간을 명시한 ‘스마트폰 사용 조례’는 일본 내에서 처음이다.
이 조례는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된다. 대상은 전 시민이다. 도요아케시의 고부키 마사노리 시장은 조례 통과 후 기자들에게 “(이번 조례를 계기로) 시민들이 스마트폰 사용과 그로 인한 수면 시간 감소를 스스로 점검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례에는 벌칙 규정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하나의 기준”이라고 고부키 시장은 설명했다.
도요아케시가 조례 제정을 추진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의 사회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또 아동들이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탓에 수면 부족이나 밤낮이 바뀌는 생활 습관이 생기고, 이것이 학교에 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온라인 게임 사용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존재한다. 가가와현은 2020년에 ‘가가와현 인터넷·게임 중독 대책 조례’를 시행했다.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은 하루 60분, 휴일은 90분 이내로 설정했으며, 보호자가 이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장시간 이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SNS 운영을 지원하는 도쿄 주식회사 ‘퍼스트이노베이션’이 올해 여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 사용 시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2~4시간’으로 전체의 22%에 달했다. 10~20대에서는 하루 6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일본 정부도 스마트폰 의존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초·중학생의 학력을 측정하는 ‘연도별 변화 분석 조사’(2024년도)에서는 모든 교과에서 2021년도 조사보다 점수가 낮았다. 문부과학성은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이 학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이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이 12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서비스 제공 기업이 아동의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게을리하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4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럽연합(EU)의 마크그라스 집행위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호주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획기적인 시도이며, 그 결과를 주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미성년자 이용 금지의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남부 미시시피주에서 2025년부터 SNS 기업에 사용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고, 18세 미만은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요구하는 법이 시행됐다. 미국 50개 주 중 45개 이상의 주가 SNS 규제 등 아동 보호 정책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요아케 시의회 투표에서는 전체 19명 중 7명이 반대했다. 일부 시의원은 “사적인 생활 영역에 행정이 깊이 개입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동의 인터넷 환경을 연구하는 센다이대학의 사이토 나가유키 교수는 “행정이 적절한 스마트폰 사용을 시민에게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카하시 아키코 세이케이대 객원 교수는 “스마트폰이라는 도구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게임이나 SNS 등 특정 용도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