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티켓 170만원에 사서 英갔는데”…‘암표’에 발길 돌린 한국인

  • 뉴시스(신문)

코멘트
ⓒ뉴시스
거금을 들여 생애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직관에 나섰던 한국인 축구팬이 불법 암표 때문에 입장이 좌절되는 억울한 일을 겪었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자신을 제임스라고 소개한 한국 남성은 지난 주말 토트넘 홋스퍼와 브라이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을 찾았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은 경기장 입구에서 무너졌다. 티켓 스캔 결과 ‘비활성화’ 상태로 확인돼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제임스는 직원의 안내로 매표소를 찾았지만, 현장 관계자는 “불법 경로로 구매된 티켓”이라며 입장을 거부했다.

그는 구입한 티켓은 인터넷 재판매 사이트에서 산 것으로, 가격은 900파운드(약 170만원)에 달했다.

충격을 받은 제임스는 “너무 실망스럽다. 암표로 구입한 티켓은 입장이 불가할 수도 있다는 규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티켓을 환불받으라는 안내만 받았다. 한국에서 온 여정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났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입장이 막힌 제임스만이 아니었다. BBC는 이날 제임스를 포함해 총 285명의 팬이 같은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프리미어리그 암표 문제는 고질적 병폐다.

경기를 보려면 수십만 명의 현지 팬은 물론 스타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과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일부 구단은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만 구매 자격을 주는데, 이마저도 인기 경기는 몇 초 만에 매진된다. 이 때문에 결국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암표 사이트를 찾는 상황이 벌어진다.

BBC는 “불법 리셀러들은 매크로 프로그램과 가짜 신원 등을 이용해 수백 장의 티켓을 싹쓸이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올리고 있다”며 “현재 50곳이 넘는 무허가 웹사이트에서 프리미어리그 티켓이 거래되고 있고, 거래량 상위 4개 사이트만 해도 경기마다 수만 장이 오간다”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1994년부터 축구 티켓 무단 재판매를 ‘형사사법질서법 제166조’에 따라 형사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다수의 사이트가 스페인·독일·두바이 등 해외 각지에 본사를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따른다.

톰 그레이트렉스 영국 축구서포터협회 회장은 “오래된 팬들도 정가로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 2차 판매자들을 통해 티켓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경향이 축구 전반에 걸쳐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각 구단은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심 거래를 추적하며 불법 티켓 적발에 힘쓰고 있다. 리그 차원에서도 암호화된 바코드 시스템 등 새로운 온라인 티켓팅 규정을 마련해 암표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