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소국이며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몰도바의 28일 총선에서 친(親) 유럽 성향의 집권여당 ‘행동과 연대당(PAS)’이 친러시아 야당을 눌렀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 친 서방 정당이 승리하면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2.15%가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PAS가 50.03%의 득표율(개표율 99.5% 기준)을 기록했다. 몰도바 의회 101석 중 최소 51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당·공산당 등이 결집한 친러 성향 ‘애국 블록’의 득표율은 24.26%에 그쳤다.
인구 260만 명의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인 루마니아 사이에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오랫동안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세 불안을 겪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EU 가입을 신청해 그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2030년까지 EU에 가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집권한 PAS는 2021년 총선에서 62석을 얻어 과반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한 지난해 10월 국민투표에선 찬성 50.4%, 반대 49.5%로 근소하게 이겼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선 애국 블록의 지지율(36%)이 PAS(34.7%)를 앞서 집권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대러시아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고물가가 겹치며 여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것.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유럽 영공 침범 등으로 유권자들의 반러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광범위한 허위 정보를 유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타니슬라프 세크리에루 안보보좌관은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국민 투표소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몰도바 외무부는 벨기에,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에 있는 재외국민 투표소가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친러 야당들은 선거 결과에 반발했다.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선거 승리를 주장해온 이고르 도돈 애국 블록 대표는 28일 “산두 대통령이 투표를 무효화시키려 한다”며 의회 앞에서 대대적 시위를 예고했다. 친러 야당들의 조직적인 반발에도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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