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라틴 가수가 슈퍼볼 공연…마가 진영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0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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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즈 오카시오 (배드버니) / AP뉴시스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무대에 라틴 팝스타 배드버니(31·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즈 오카시오)가 오르는 데 대해 마가(MAGA) 진영이 반발하고 있다. 그가 트럼프 반 이민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는 게 이유다.

29일(현지 시간) NFL 결승전의 후원사 애플뮤직은 “배드버니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푸에르토리코를 가져온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배드버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 쿠바 동쪽에 있는 섬으로 127년 전 미국에 편입됐다. 인구 320만 명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나, 대선 투표권이 없는 등 정치적 권리가 제한된다.

앞서 10일 배드버니는 패션지 i-D 인터뷰에서 “빌어먹을 ICE가 콘서트장 밖에서 (팬들을 체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때문에 미국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라틴계 팬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연장이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의 표적이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28일 X를 통해 “미국에서 딱 한 번 공연하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를 하자 관심을 모았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이날 예고한 공연으로 보인다.

배드버니의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은 강하게 반발했다.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은 “배드버니는 엄청난 트럼프 혐오자이자 반(反) 이민세관단속국(ICE) 활동가이다. 영어로 된 노래도 없다”며 “NFL이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약 400년 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던 역사가 배경이 돼 스페인어와 영어가 공용어이고, 실생활에서는 주로 스페인어를 쓴다.

내년 2월 열리는 미국프로축구리그(NFL)의 결승전 ‘슈퍼볼’의 하프타임 공연자로 발탁된 미국의 라틴계 팝스타 ‘배드 버니’. 사진 출처 애플뮤직
내년 2월 열리는 미국프로축구리그(NFL)의 결승전 ‘슈퍼볼’의 하프타임 공연자로 발탁된 미국의 라틴계 팝스타 ‘배드 버니’. 사진 출처 애플뮤직
2018년 데뷔한 배드버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전한 음악 장르 레게톤(레게와 힙합 등이 섞인 음악)의 글로벌 대중화를 이끌었다. 푸에르토리코와 관련된 사회적 메시지를 음악에 담고, 스페인어로 가사를 쓰며 라틴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등 진보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미상을 3회 수상하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20~2022년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 1위, 2023년 2위, 2024년 3위를 차지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지난해 대선 때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하자 이에 맞선 것이다.

당대 슈퍼스타에게만 허락된 ‘꿈의 무대’ 하프타임 쇼의 공연자는 주최사 NFL, 팝스타 제이지가 운영하는 공연 기획사 록 네이션, 후원사 애플뮤직이 공동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에는 ‘힙합의 시인’으로 불리는 켄드릭 라마가 공연했다. 이 공연은 1억3350만 명이 시청하며 1993년 마이클 잭슨이 세운 시청률 기록을 넘어섰다.
#슈퍼볼 하프타임쇼#배드버니#MAGA#미국 프로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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