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첫날인 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 도서관 입구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0.02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연방정부가 1일(동부시간 기준)부터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되면서 국립공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마비됐다. 다수의 군인·공무원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립보건원 등도 문을 닫았다.
이날 연방 공무원 중 일부는 출근 후에도 자신이 휴직 대상인지 계속 근무해야 할 필수 인력인지조차 몰라 혼란스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당분간 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야당 민주당은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보복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민주당 우세 주에 연방 보조금 삭감 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셧다운을 야기했다. 양당은 셧다운 첫날인 1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전체 100석 중 찬성 60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의 재표결은 3일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이번 셧다운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초래할 불편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 우세 주(州)에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수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NYT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지렛대로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고 예산을 삭감하며 정치적 적들에 보복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셧다운의 책임 공방 또한 거세다. J D 밴스 부통령은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의료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이 지속되면 공무원 해고도 불가피하다며 대량 해고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강한 진보 성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당내 알력 다툼, 정책 선명성 경쟁 때문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거부해 셧다운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백악관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 트럼프, 野 원내대표 겨냥한 인종차별적 영상 SNS 올려
셧다운으로 인한 감정 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멕시코인으로 분장시킨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처럼 만든 허위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가 “영어도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무상 복지를 지원해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말한 대목 또한 논란이다. 허위 영상 게재를 두고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자 밴스 부통령은 1일 “재밌는 농담일 뿐이고, (제프리스가) 멕시코계도 아닌데 불쾌해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여야 지도부와 만났을 때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자신의 책상에 올려놓은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2028’은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의미. 뉴욕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조롱하기 위해 이 모자를 책상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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