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이 서해상에 일방 설치한 구조물 사진을 9일(현지 시간) 공개하며, 한중 협정 위반 문제를 미국이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욘드 패럴렐 캡처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이 한국과 체결한 어업협정을 위반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해상 구조물을 설치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강력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9일(현지 시간) 빅터 차 CSIS 지정학 및 외교정책 부문 소장 겸 한국 석좌는 CSIS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과 중국이 2001년 어업협정에 따라 서해에 공동 관리 해역인 PMZ를 설정했지만, 2018년 이후 중국이 PMZ 내부 및 주변에 13개 부표와 양식장 2개 및 통합 관리 플랫폼을 사전 협의 없이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PMZ 안팎에서 포착된 중국 구조물 16개의 사진도 공개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점진적 주권 확장’을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겨냥한 또 다른 회색지대 전술 사례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대규모 무력 충돌과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을 활용해 안보 목표를 이뤄내려는 군사행동을 의미한다.
앞서 중국은 서해상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PMZ 내에 심해어업 양식 시설이라며 2018년에 선란 1호, 지난해 2호를 무단으로 설치했다. 2022년에는 이 어업 시설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구조물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설치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서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영유권 주장 근거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군사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차 석좌는 이들 구조물을 PMZ 밖으로 이전해 달라는 한국 측 요구를 중국이 거듭 거부하며 한국의 감시활동을 차단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중국의 행위를 조사하려는 한국 선박의 시도 135건 중 27건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차단됐다”며 “여기에는 한국의 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 해안경비대와 올해 대치한 다수의 상황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해안경비대를 동원해 PMZ 주변을 순찰하고 한국 정부의 선박을 감시하는 행위가 어업협정이나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기술적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이 한국 선박을 괴롭히는 행위는 베이징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군사화하는 데 사용한 ‘점진적인 주권 확장’ 회색지대 전술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중국의 점진적 주권 확장 전술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미국과 한국은 공적 사용과 분석을 위해 중국 구조물의 좌표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PMZ 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는 한국의 주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남중국해와 관련한 ‘특정 국가의 자의적 폐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억지력과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백악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SS) 내용을 언급한 뒤 “이는 서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에도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해당 항로를 개방하고,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특정 국가의 자의적 폐쇄에 노출되지 않게 하도록 필요한 억지력과 함께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실무 협의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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