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23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는 없을 것이며 2005년 철수한 가자 북부 정착촌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몇 시간 만에 발언을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로이터통신,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카츠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베이트엘 정착촌에서 열린 주택 1200채 건설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가자 깊숙이 주둔하고 있으며 절대로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카츠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때가 되면 가자 북부에 정착촌을 대신할 나할 전초기지를 세울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실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나할은 이스라엘군 부대로, 과거 이 부대가 세운 전초기지들이 정착촌으로 발전해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점령하면서 21개 정착촌에 약 8000~9000명의 유대인을 거주시켰으나, 2005년 8월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가 막대한 치안 비용과 국제적 압박을 이유로 정착촌 철수를 단행했다. 철수 이후 2007년 하마스가 가자를 무력 장악하면서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철수가 하마스를 키웠다”며 당시 결정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카츠 장관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9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실효지배해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중재하며 내건 가자 평화구상 20개 조항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병합하지 않는다 △전쟁 종료시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트럼프조차 중동 내 현실주의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가자 비점령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해당 트럼프 대통령 중재안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0월 해당 제안에 동의하며 휴전에 돌입했고, 이후 세부 합의를 조율중이다. 이런 와중에 카츠 장관 발언은 이스라엘이 미국 측 중재안을 거부한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여러 차례 “이스라엘은 가자를 영구적으로 점령하거나 민간인을 재정착시킬 의도가 없다”고 공언해왔다. 가자 재점령은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막대한 군사·경제적 부담을 주고, 아브라함 협정 등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카츠 장관 발언이 나오자 미국 측에서 “이스라엘이 도발할수록 아랍 국가들은 협력을 꺼린다”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20개 조항 평화안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모든 당사자가 약속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라며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반발이 나오자 카츠 장관실은 몇 시간 만에 “정부는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할 의도가 없다“며 ”발언은 순전히 안보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명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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