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뺏긴 中 “美가 배후” 부글… 일대일로 곳곳서 美-中 충돌

  • 동아일보

파나마 大法, 홍콩기업 운영권 취소… 트럼프, 줄곧 “운하 되찾겠다” 압박
中 “권익 수호” 대법판결 불복 시사
호주-네덜란드도 中과 인프라 갈등
미중, 경제 패권경쟁 ‘대리전’ 양상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
중국이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무효화한 파나마 대법원의 최근 판결에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줄곧 “중국 자본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밝히며 파나마 측을 압박한 게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또 호주 북부의 다윈항 운영권, 네덜란드의 차랑용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경영권 등을 놓고도 호주, 네덜란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호주, 네덜란드의 행보에도 미국의 입김이 미쳤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시도 등 ‘미국 우선주의’로 일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세계 곳곳의 인프라와 주요 전략 자산에 투자했던 중국의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中, 파나마 대법 판결에 “美 의지 작용” 불만


2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파나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의지가 일부 주권 국가의 헌법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미국의 영향력이 반영됐다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파나마 대법원은 CK허치슨홀딩스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무효화했다. 이 판결로 파나마 운하 내 발보아 항구 등 2개 시설을 운영해온 CK허치슨홀딩스는 2047년까지 연장했던 운영권을 고스란히 내놓을 처지에 몰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기간 내내 서반구 주요국이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중남미 등 서반구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적대 세력 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재집권 직후부터 중국 자본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는 것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파나마를 택하는 등 운영권 탈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 美中, 호주-네덜란드서도 대리전

호주 다윈항
호주 다윈항
다른 주요 서방국들도 최근 중국과 주요 전략 자산을 놓고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27일 호주 북부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다윈항을 찾았다. 그는 “다윈항의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외쳤다.

앞서 2015년 호주 노던준주(Northern Territory) 정부는 당시 향후 99년간 다윈항의 운영권을 5억600만 호주달러(약 4400억 원)에 중국 정부와 연계된 중국 민간기업 랜드브리지에 넘겼다. 이후 미국은 호주 측에 계약 파기를 강하게 압박했다.

다윈항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인근에 미 해병대도 주둔하고 있다. 2021년 중국 견제가 목적인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출범한 후 다윈항 운영권 회수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오커스를 통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했다. 미국이 호주에 ‘다윈항 운영권을 속히 되찾아야 핵추진 잠수함을 건네주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네덜란드 넥스페리아
네덜란드 넥스페리아
지난해 9월 네덜란드 또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윙테크가 소유한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강제로 박탈했다. 이 역시 같은 해 6월 미국이 “넥스페리아의 장쉐정(張學政)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지 않는다면 자국의 수출 제한 대상 명단에 포함시키겠다”고 압박한 여파로 풀이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두 사태 모두 미국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됐다며 호주와 네덜란드가 미국의 이익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옹호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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