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 등의 정상들이 모였다. 이날 정상들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러 행보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만 교환했다. 런던=AP 뉴시스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크라이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충격적인 ‘노딜(No Deal)’로 끝난 지 이틀 만인 2일(현지 시간) 유럽 정상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신속한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기존에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심한 언쟁을 벌이면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우려가 커졌고, 긴장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공과 해상에서 한 달간 휴전을 제안했다. 일각에선 유럽 정상들이 안보 자강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 NATO “더 많은 국가들 국방비 늘려”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핀란드 등 유럽과 캐나다 정상 19명은 스타머 총리 주재로 2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회의를 열고 유럽 국가들의 재무장과 방위비 증액 방침을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32개국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회의 뒤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1%에서 3%로 늘리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자국이 GDP의 4.7%를 국방비에 지출해 나토 회원국 중 최대 수준임을 강조하며 “더 많은 국가들이 말과 선언을 넘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정상과 공동 전화회의도 열었다. 3국 정상은 “유럽이 단합해 미래의 안보를 보장할 긴급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총리실이 전했다. 앞서 라트비아는 2028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리투아니아는 2030년까지 GDP 대비 5∼6%로 각각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에스토니아도 내년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 나라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제시한 단기 목표(GDP의 3%)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방비 증액 주장은 많이 나왔지만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약속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의지의 연합’ 활동과 참가국도 미지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하늘과 바다에서 한 달간 휴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을 GDP의 3~3.5% 수준으로 증액하자고 했다. 유럽 각국이 안보 분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호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을 발전시키는 데 나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출 금융 16억 파운드(약 2조9000억 원)를 지원해 우크라이나가 방공 미사일 5000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날 도출된 ‘의지의 연합’은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2003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때 쓴 표현이다. 영국은 당시 이 연합에 참여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최다 병력인 4만5000명을 파병했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은 수십 년간 영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며 “‘의지의 연합’은 미국과 협력하는 계획이라는 데 바탕을 두며, 이는 미국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이에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 정상들은 이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6일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지의 연합’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얼마나 많은 유럽 국가가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가 이 연합에 참여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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