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버드 때린 트럼프 “외국학생 너무 많아, 명단 공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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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학생들 입학 기회 잃는 경우 잦아… 하버드 31% 외국인 누군지 알고 싶어”
파월 의장 “대학이 민주주의 지켜야”
모교 프린스턴대 졸업식서 일침
MIT 총장도 “美 개방성에 치명적”

프린스턴대서 연설하는 파월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5일 모교 프린스턴대의 학사 학위 수여식에서 “대학이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탄압을 비판했다. 사진 출처 프린스턴대 ‘X’
프린스턴대서 연설하는 파월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5일 모교 프린스턴대의 학사 학위 수여식에서 “대학이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탄압을 비판했다. 사진 출처 프린스턴대 ‘X’
“하버드대의 문제 중 하나는 학생의 31%가 외국인이란 점이다. 이들 때문에 미국 학생들이 입학 기회를 잃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최근 외국인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 박탈을 시도하며 하버드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대학 정책에 있어서도 ‘미국 우선주의’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들이 극단적인 진보 이념에 물들어 반(反)유대주의를 방관했다며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공세를 펼쳐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서는 하버드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학생의 입학 비율 자체를 문제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증가와 다양성 강조 등에 부정적인 인식을 또 한 번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외국 학생 너무 많아, 따져볼 것”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하버드대와의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높은 외국인 학생 비율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하버드대에는 31%나 되는 외국인 학생이 있지만 학교 측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포함한 외국인 학생의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한 것을 언급한 것. 이어 “외국인 학생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31%는 너무 많다”며 “미국 학생들도 하버드대에 가고 싶어 하는데 외국인 학생 때문에 입학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건 어떤 외국 정부도 하버드대에 돈을 주지 않고 우리가 준다는 점”이라며 “그런데도 외국인을 그렇게 많이 받는다는 게 첫 번째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산업·무역 정책에서 보여 온 ‘외국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대학 운영에 대해서도 드러낸 것이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의 100여 개 주요 대학들은 일정 소득 수준 이하 가정의 학부생들에게 보조금 등을 활용해 수업료 전액 무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 주요 대학들은 연구력을 갖춘 대학원의 외국 유학생에게도 폭넓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외국 학생들의 명단을 원하며 누가 적합한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대부분은 괜찮겠지만 하버드대의 성향상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쿄대, ‘유학생 금지’시 하버드생 한시적 수용 검토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자신의 모교이며 또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인 프린스턴대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애쓰는 대학들의 행보를 격려했다.

파월 의장은 학사 학위 수여식 연설에서 “우리의 명문대들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라며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말했다. 또 “50년 뒤를 돌아볼 때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했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파월 의장이 연준과 대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뼈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외신들은 해석했다.

앞서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 역시 “연방 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 유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며 “외국 유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도쿄대는 향후 하버드대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 나가지 못하게 될 경우 이들 중 일부를 한시적으로 수용해 학업을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전했다. 도쿄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 학생 약 20명을 받아들여 수업 청강을 허용했다.

#하버드대#유학생 금지#도쿄대#제롬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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