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 국가가 되려 하고 있다”며 “인도 태평양 지역에 실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동맹국들이 방위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31일(현지 시간) 인도 태평양 지역 국방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국은 과거의 도덕적이고 설교적인 외교 정책에 관심이 없다. 동맹과 파트너십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양측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인도 태평양 국가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남중국해에서의 불법 점유 행위 등을 언급하며 “중국군은 대만을 괴롭히고 있으며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라고 명령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며 “중국 군은 매일 훈련하며 실제 상황에 대비한 리허설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은 실재하며,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과정에서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긴장 국면에서 우리의 국방 결정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평화지만 만약 억제력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싸워서 이기는 일을 단호하게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때로 불편하고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의미하지만 서로에게 정직하고 현실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억지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납세자들에게 물어보라”고해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강조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아시아 동맹국들은 유럽 국가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낸다고 했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은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했는데도 국방비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북한’을 언급했는데,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총 35차례 언급할 동안 북한은 이 언급이 유일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설 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 정세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