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서 일본인 두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기 직전의 CCTV 장면 (일본 언론 보도 갈무리)
필리핀 수도 마닐라 한복판에서 일본인 관광객 2명이 현지인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다름 아닌 피해자들의 현지 관광 가이드였다.
21일 일본 NHK,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5일 밤 10시 40분경 마닐라 번화가 말라테구의 5성급 호텔 근처에서 벌어졌다.
■ 형은 가이드 역할…동생이 총격
당시 거리 CCTV에는 관광객 2명이 택시에서 내린 직후, 현지인이 다가와 총을 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자는 각각 53세, 41세 일본인 남성으로, 현장에서 즉사했다.
필리핀 경찰은 용의자 두 명을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형제 관계였으며, 형(62)은 피해자들의 관광 가이드였다.
형이 피해자들과 함께 택시에서 내린 뒤, 동생(50)이 다가와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 일본서 청부살인 지시…2억 원대 대가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강도가 아닌 ‘청부살인’이었다. 두 사람은 일본에 있는 또 다른 일본인으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라는 교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살인 대가는 900만 페소(약 2억2000만 원)였으며, 사전 계약금으로 1만 페소(약 24만 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도주 중인 다른 공범을 쫓고 있다. 청부 의뢰자는 일본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필리핀서 외국인 상대 강도·살인 빈번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도·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 언론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일본인을 상대로 한 총기 사건만 21건에 달한다.
한국인 피해도 빈번하다. 지난 3월에는 마닐라 말라테구에서 한국인 남성이 강도와 실랑이를 벌이다 총에 맞아 숨졌고, 4월에는 루손섬 앙헬레스시에서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이 오토바이 강도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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