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가부채 GDP의 113%
2년뒤 121%로 더 늘어날 것”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2일 과도한 재정적자, 이에 따른 심각한 정치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했다. 한국(AA―)보다 낮다.
피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러한 불안정성은 상당한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는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한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프랑스 정부의 각종 차입 비용이 상승해 재정 악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113%인 국가 부채가 2027년에는 121%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에 달해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다. 국가 부채 또한 6800만 명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린 스페인(GDP의 약 104%), 포르투갈(약 96%)의 국가 부채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를 포함한 긴축 재정안을 강행하다 의회(하원)로부터 8일 불신임을 당하고 퇴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측근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마크롱 퇴진’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 정치권은 정면 충돌했다. 긴축 재정을 추진하다 실각한 바이루 전 총리는 ‘X’에 “엘리트들이 진실을 거부하도록 이끄는 나라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재정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극좌 성향의 야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르코르뉘 총리 역시 긴축 정책을 택한다면 스스로 예고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마크롱 정권의 긴축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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