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학생, 교환 방문자, 언론인에게 발급하는 비(非)이민 비자의 유효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2025.09.02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의 추방 반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미국 임시 비자도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 매체인 WSJ마저도 이번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의 근간에 비자 발급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본과 대만 매체들도 이번 사태로 대미 투자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WSJ는 “아직도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 추방이 경제적,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사건의 여파가 한미 관계와 한국의 대미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향후 미국 직접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노동자들이 구금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매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도 소개했다.
WSJ는 특히 “시설을 짓거나 공장에 장비를 설치할 땐 기술자가 필요한데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없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미국인들에게는 듣기 힘든 말이겠지만 이는 사실”이라며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할 만한 인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곳이라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H-1B 전문직 종사자와 H-2B 임시직 비자 모두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WSJ는 또 “수갑과 족쇄를 찬 한국인들의 모습은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서든 이번과 같은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자유시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이 미국 근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촉박한 마감 시한으로 미국인에게만 공장을 맡길 수 없다”며 “이번 일로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 직원들의 구금 뒤 일본 기업도 협력업체를 포함해 비자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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