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에 “우리의 확립된 방어선은 ‘제1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에 있다”며 “그것이 ‘전략의 중심(strategic center of gravity)’”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 전략의 목표와 방위계획 등을 담은 새 국가방위전략(NDS) 발표를 앞둔 가운데 미국의 대중 군사봉쇄선으로 통하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아시아태평양 전략 중심에 두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제1도련선의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 너머로 옮길 수 있단 관측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또 제1도련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 병력을 대폭 줄이진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제1도련선에서의) 병력 태세 및 운용은 단순한 상징적 존재를 넘어, 실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한국 등) 동맹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심 주적인 중국에 대한 억제를 강화하려면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들이 자체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또 “아시아 동맹들은 중국 억제를 위해 보다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는 동맹들이 나설 수 있고, 나설 거란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 ‘新 애치슨 라인’ 우려 덜어… 美 ‘안보 청구서’ 늘듯
“제1도련선, 미군 전략 중심축” 美국방부 고위관계자, 中억제 겨냥 “거부 방어, 韓등 동맹들이 나서야”… ‘방공역량 강화 등 더 기여’ 요구할듯 지상군 일부 감축-역할조정 가능성
제1차, 제2차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미국이 냉전기에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해상 방어망. 제1차 도련선(First Island Chain)의 경우 일본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등을 연결하는 방어선이다. 또 제2차 도련선(Second Island Chain)은 일본 혼슈, 괌, 사이판, 팔라우 등을 잇는 방어선이다. 중국은 미국과 전쟁 발발 시 제1차 도련선 돌파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에 미군 전략의 중심축이 한반도가 포함된 ‘제1차 도련선(島鏈線·First Island Chain)’에 있다고 확인하면서, 한국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 ‘신(新)애치슨 라인’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억제 과정에서 미군 전략의 중심축이 주한미군이 핵심 역할을 하는 제1차 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에서 제2차 도련선(일본 혼슈∼괌∼사이판∼팔라우)으로 이동하면 주한미군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1950년 1월 딘 애치슨 당시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 방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해 생겨난 ‘애치슨 라인’이 다시 그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미 고위 관계자가 제1차 도련선이 계속 미군 전략의 중심축이라고 언급해 한국으로선 우려를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 美, 韓에 방공 역량 확대 등 요구할 듯
최근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제2차 도련선으로 전략의 중심축을 옮길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고문이었던 댄 콜드웰이 7월 이같이 주장했다. 당시 그는 주한미군 병력을 현 2만8500여 명에서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 국방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국가방위전략(NDS)에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제1차 도련선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확인한 만큼, 주한미군 대폭 감축 같은 조치는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지상군 감축과 역할 조정 등의 가능성은 있다. 실제 이 고위 관계자는 “제1차 도련선에서의 ‘거부 방어(denial-oriented defense)’를 신뢰할 만하게 만들려면 (한국 등) 동맹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부 방어는 적의 공격 방어는 물론이고, 적의 침투와 작전 수행 등을 아예 못 하게 막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NDS 작성을 주도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2021년 자신의 책 ‘거부 전략(The Strategy of Denial)’에서 중국 억제를 위해 미국의 군사적 억지 능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거부’란 용어를 제시했다.
결국 동맹에 거부 방어를 주문한다는 건, 한국의 경우 재래식 국방 역량을 더욱 키워 북한의 위협에 맞서고 중국 견제에도 동참하란 요구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방공 능력 확보 등을 위해 한국 같은 아시아 동맹들이 지금보다 더 기여해야 한단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아시아 동맹 ‘집단방위’, ‘아시아판 나토’는 아냐”
이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있어 ‘집단 방위(collective defense)’는 북한에 대한 재래식 억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 적용되는 ‘집단 방위’ 개념이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토의 집단 방위는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전체 동맹이 공동 대응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아시아 동맹에 주문해 온 집단 방위엔 ‘자동 군사 개입’ 개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 대신, 아시아 동맹들이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위협에 집중하란 주문에 가깝다. 또 주한미군 등 역내 미군의 역할은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하겠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에 대해 “상당한 국방비 지출, 대규모 상비군, 강력한 방위 산업 기반을 갖춘 모범적인 동맹국”이라며 “새 한국 정부와 함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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